물대포가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26일 밤에도 광화문광장에 모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날치기 규탄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정조준했다. 쏘지는 않았지만 28일에도 집회가 예정돼 있어 과연 조현오 경찰청장의 자제 약속이 지켜질지 주목된다.
지난 10일 여의도 집회 참가자가 물대포에 맞아 고막이 터졌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런 일은 한두번이 아니다.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는 2008년 촛불시위 당시에도 물대포가 10m 이내 거리에서 얼굴에 직사되는 등 과도하게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1분간 물대포를 계속 맞고 나서 왼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물대포는 경찰장비관리규칙에서 정한 ‘위해성 장비’의 하나로, 시위진압 장비는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게 경찰관직무집행법의 대원칙이다. 당연히 근거리에서 직접 사람을 겨냥해선 안 된다. 그러나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
물대포 사용량이 이명박 정부 들어 부쩍 늘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8차례 시위에 물 75t을 사용해 평균 9.37t을 썼으나 현 정부에선 시위당 사용량이 2~3배 늘었다. 2008년엔 7차례 시위에 무려 171t을 써 평균 24.4t, 2009년엔 15차례 256.8t으로 평균 17.1t에 이르렀다.
유해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7월 한진중공업을 찾은 희망버스 집회 때는 노니바마이드란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최루액 ‘파바’를 섞어 논란을 일으켰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는 발암물질 디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최루액을 사용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해 전량 수거하기도 했다.
물대포 사용량이 많아진 건 그만큼 시위 강도가 세졌다는 뜻이다. 정권의 기반도 그에 비례해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대포 뒤에 숨기보다 민심을 따르는 게 지도자의 도리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