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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30 잠금해제] 판도라의 상자 앞에 선 청년들 / 조윤호

등록 2011-12-05 20:24수정 2012-01-31 21:39

조윤호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3학년
조윤호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3학년
FTA는 청년들에게 불안을 강요하면서
그것을 기회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지난 11월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매일 저녁 시민과 노동자, 학생들이 거리에 모여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 무효’를 외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집회의 구성원 중 많은 수를 20~30대 청년들이 차지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온라인을 활용하는 2030세대 중 65.8%가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한-미 에프티에이에 찬성하는 어른들이 보기엔 통탄할 일이다. 아니, 한-미 에프티에이로 최소 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중장기적으로 35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데! 청년실업의 타개책이 될 수 있는데 대체 왜 청년들이 반대하는 거지!?

 한-미 에프티에이로 인해 정말 일자리가 늘어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잠시 접어두자. 한-미 에프티에이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기 때문에, 그 상자가 열렸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일자리가 늘어날지 줄어들지 예측할 수 없다. 이 점을 고려하여, 정부가 홍보하는 대로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치자. 그런데 과연 청년 고용의 문제가 ‘일자리 부족’ 때문이었나? 청년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전적으로 ‘일할 거리’가 없기 때문이었나?

 더 큰 문제는 ‘불안정 노동’이다. 청년들이 고용되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노동자 역시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도 불사해야 한다.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몇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부어가며 대학을 졸업했는데 어느 누가 언제 어떻게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입사하고 싶을까? 어떤 어른들은 청년들에게 스펙에 얽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살라고 조언하지만, 청년들이 스펙에 얽매이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이 사회의 구조는 점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은 불안에 시달리는 삶, 불안정 노동을 거부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자기 자신을 단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청년실업은 해결될 수 없다.

 그렇다면 한-미 에프티에이는 일자리 창출을 넘어서, 청년들의 불안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타결 직후인 2007년 4월5일에 발간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한-미 에프티에이의 가장 큰 효과로 ‘경쟁에 의한 구조조정 촉진’을 제시한다. 미국 기업과의 경쟁이라는 외부 쇼크로 그동안 부진했던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이뤄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바로 ‘이 이유’ 때문에 한-미 에프티에이에 찬성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반대한다. 도대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 창출된 일자리는 대부분 언제 잘릴지 모른 채 불안에 시달리는 청년들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대기업들은 미국 기업과의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기업 선진화란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목숨 줄(해고)을 쥐고 흔들 것이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청년들에게 불안을 강요하면서, 그것을 기회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판도라의 상자다. 그 상자가 열리면 어떤 미래가 도래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도 판도라의 상자 맨 아래에는 희망이 남는다. 한-미 에프티에이로 인해 어떤 미래가 도래할지 모르지만, 결국 희망은 남을 것이다.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한국의 주요 대기업이나 잘나가는 다국적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하여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청년들은 그 희망만큼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조윤호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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