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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문성근이 할 일 / 김이택

등록 2012-01-17 20:18

김이택 논설위원
김이택 논설위원
노무현이 바라던 대로 시민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현실정치를
바꿔야 할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 있다
민주통합당이 새 지도부를 뽑았다. 6명의 지도부 면면을 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집단지성’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지역안배에 세대교체를 가미한데다 성비까지 구색을 맞췄다. 출신지로 보면 부산·경남(박영선), 대구·경북(김부겸), 호남(박지원), 충청(이인영), 수도권(문성근)의 황금비율을 이뤘다. 민주당 역사에 대구·경북 출마 예정자가 투표로 지도부에 뽑힌 게 처음이라니 호남세 약화 운운하는 일부 걱정은 한 귀로 흘려도 될 듯하다. 박영선, 이인영, 김부겸 등 소장파가 대거 등장해 세대교체의 모양새도 이뤘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것은 ‘문성근 쇼크’다. 선거운동 캠프에선 2위 성적에 실망하는 분위기도 있다지만 정치 초년병의 데뷔 무대로서는 놀라운 성과다.

그는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 줄곧 ‘김대중의 아들, 노무현의 동생’을 자임했다. 현실정치에 뛰어든 계기 역시 두 사람의 죽음 때문이었다.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는 김 전 대통령의 말을 듣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2010년 가을께부터 야권 대통합을 외치며 ‘유쾌한 100만 민란,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운동을 시작해, 전국을 돌면서 지금까지 18만5730명의 회원을 모았다. 이것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가 선전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친구인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은 “모두가 냉소적일 때 (그는) 혼자 거리에 나가 야권통합 운동을 시작했다”며 그래서 “늘 문성근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인 문성근의 길은 이제부터다. 지도부 유일의 시민사회 출신인 그를 주목하는 시선만큼이나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18만여 회원의 기대는 언제든지 실망과 분노로 바뀔 수 있다.

먼저 민주당을 바꿔야 한다. 야권연대는 당장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과반 의석을 얻어놓고도 지리멸렬했던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당의 강령과 정책에 좋은 말은 다 모아 놓았다. 재벌과 대기업 근본적 개혁, 조세정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지원 강화로 좋은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과 정규직 차별 철폐, 보편적 복지, 청년실업 해소, 무상의료 달성, 종합편성채널 원점 재검토…. 그런데 총론만 있고 다듬어진 각론은 아직 없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공약을 급조하고 선거 뒤엔 의견이 갈려 우왕좌왕하다 지지층을 실망시키는 일이 또 생기면 망하는 길이다. 유일한 시민통합당 출신으로서 민주당의 이런 구태를 깨는 데 그의 책임이 크다.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서 노무현은 진보의 가치를 쉽게 전달하려고 중고생 수준으로 책을 써보자고 했다. 그런 문제의식이 민주당에 필요하다. 언론 문제도 마찬가지다. 에스엔에스가 국민과 소통하는 유효한 수단이지만 그렇다고 종편 출범 이후 악화하는 언론 지형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친노 독주’라느니 ‘한-미 동맹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느니 보수언론의 흔들기는 벌써 시작됐다. ‘캐시앤위스키’에서 세무조사까지 오락가락한 김대중식이나, 기자실 폐쇄 방식의 노무현식을 뛰어넘는 지혜가 절실하다. 조중동과 제대로 맞설 사람조차 찾기 힘든 게 민주당의 ‘불편한 진실’이다. 이 역시 문성근이 할 일이다.

노무현이 바라던 대로 시민들이 이제 깨어나기 시작했다.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막스 베버가 말했다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3가지 덕목 가운데 열정과 책임의식은 그에게 넘쳐난다. 이제 ‘균형 잡힌 판단력’과 지혜로 현실정치를 바꿔야 할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 있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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