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분 자유기고가
청년문제는 우리 사회가 각종
2등시민들을 양산해내는 모순적
구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2등시민들을 양산해내는 모순적
구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청년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여러 가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청년의 잇따른 정치진출 선언과 청년정책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뭐랄까, 본격 청년시대가 도래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0대의 투표성향이 부각되면서 지난날 회자되었던 청년담론, 이를테면 88만원 담론을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번 정권의 일자리 복지론, 경제성장론이 파탄에 이른 지금, 청년실업 문제와 청년빈곤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식 정도는 모두가 공유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방향성이다.
우선 청년들에 대한 시혜적인 접근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필자는 청년을 겨냥한 고용할당제와 같은 정책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다. 그것은 결국 대기업 취직의 문을 그들에게 넓혀주자는 발상으로, 또 다른 ‘일자리 복지론’에 다름 아니다. 청년고용 문제는 이 사회의 모순적인 고용구조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한편에서는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다른 한편에서는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청년고용할당제는 또 다른 노동착취를 낳고 불필요한 세대갈등의 빌미를 줄 뿐이다. 오히려 ‘모든’ 노동자들이 어떻게 더 좋은 일자리를 향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나는 청년문제에 대한 몇가지 원칙을 재확인하고 싶다. 우선 그 문제에 관해 기성세대 그 자신도 ‘당사자’이다. 여기서 필자는 청년의 과도한 당사자주의를 경계한다. 우리 사회에서 20대는 계층을 막론하고 경제권·주거권·교육권·노동권으로부터 상당 부분 배제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모순은 결혼 전까지 자식을 부모가 지원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의해 은폐되어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자식들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기성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서 기성세대 자신도 본질적으로 청년문제의 ‘당사자’이다. 기성세대 자신을 당사자로서 이 문제에 끌어들이고 같이 고민하지 않는다면 청년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둘째로 청년문제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문제이다. 20대가 겪는 문제는 20대 자신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재생산 구조 그 자체와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청년을 우선적인 시혜적 지원이 필요한 계층으로 주목하는 것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가난한 청년들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계층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좋은 것이 바로 청년들에게도 가장 좋다. 청년문제는 우리 사회가 각종 2등시민들을 양산해내는 모순적 구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청년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의 노동문제,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시민적 권리, 보편적 복지의 문제를 풀지 않는 한 진정으로 해결될 수 없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미조직되어 있으며 정치적 이슈에 부화뇌동하기 쉬운 연령계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날 진보진영에 만연한 환상 중 하나는 이러한 미조직 계층을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의식화하는 수고로운 과정을 건너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정치예능 따위를 통해 ‘진보적 대중정당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사고이다. 필자는 이러한 환상을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의회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청년들은 여전히 반여성적, 반노동적, 반외국인 편견에 취약하다. 그들이 정치적으로 미조직화되어 있고 미숙한 존재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그들이 정치적 주체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교육현장·노동현장에서 청년 자신의 조직화가 필요하다. 물론 바로 그 지점에서 기성세대 자신의 정치적 책임이 요청된다.
박가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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