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민주통합당 한반도·동북아평화특별위원회와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세미나’에서 문정인(오른쪽)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왼쪽)와 양시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 제공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세미나
민주당 한반도·동북아평화특위-민주정책연 주최
북한이 4월 중순을 목표로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3호 ‘인공위성’ 발사 준비에 들어갔다. 한반도 정세는 다시 예측 불허의 불안한 대치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월29일 미국의 식량지원을 배경으로 합의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잠정 중단과 모순되는 듯한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미국은 이미 식량 중단 의사를 밝힘으로써 2·29 합의 조처를 이행할 수 없음을 내비치고 있다. 북한의 맞대응이 2·29 합의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2·29 합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부터 중국은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연회실에서는 민주통합당 한반도·동북아평화특별위원회와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에는 일본의 저명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와 양시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의 주제 발표와 정세 분석을 바탕으로 그런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아울러 미국의 권위 있는 핵 과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정리했다. 이는 미사일을 포함해 플루토늄 추출 및 우라늄 농축 등 북한이 핵 무장력 강화를 위해 앞으로 어떤 조처를 취할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우라늄 농축시설 등 북한의 핵 시설을 직접 방문한 바 있는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21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40돌 기념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핵 위기는 해결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한다.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리는 이 학술회의의 주제는 ‘동북아시아 핵 문제의 재고’다.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북핵’ 관련국 대응 어떻게 ■ 2·29 합의와 북한의 정책 지속성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지난 2월23~24일 중국 베이징에서의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은 지난해 12월 하순에 예정돼 진전이 예상됐던 것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2개월 연기됐던 것이다. 이 회담에서 알려진 대로 미국은 북한에 대해 식량(영양식)을 지원하고 북한은 핵 실험,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 및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영변에서의 핵 활동을 일시 정지하고 영변의 핵 활동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하에 놓을 것을 약속했다. 북·미는 2월29일 워싱턴과 평양에서 이런 합의를 발표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의 2·29 합의는 “북한 정치체제의 불안정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최고 지도자의 사후에도 기존의 정책이 계속되며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코노기는 김정일 생전과 비교해 볼 때 “적어도 당분간 북한의 정책은 놀랄 정도로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김정은으로의 후계 작업이 미완성인 것이 정책 변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김정일의 ‘유훈’이 정책 변화를 억제하고 있다. 후계체제의 설계자였던 김정일은 스스로의 죽음을 의식해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난 뒤 3년 동안 많은 ‘유훈’을 남겼을 것이다. 김정은의 후견인들은 서로 경합하여 견제하면 할수록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유훈’으로부터 일탈하려고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셋째, 김정일의 ‘유훈’에는 북한의 장래를 위한 김정일의 전략이 반영돼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올 11월과 12월에 예정되어 있는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의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 관하여 김정일이 어떤 지시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김정일의 유훈
그렇다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김정일은 어떤 ‘유훈’을 남겼는가? 지난해 12월28일치 <로동신문>은 그것을 김정일의 ‘최대의 유산’으로 지칭하면서, 그것에 의해 “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약소민족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핵과 미사일 개발은 김정일의 유훈이며, 그런 점에서 광명성 3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오코노기에 따르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라는 것도 김정일의 유훈이며, 이 둘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기본전략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억지력으로서뿐만 아니라 외교수단으로도 이용하여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동결하거나, 그것을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하에 두거나 하는 2·29 합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 미국의 전략적 관점
그럼 왜 미국은 2·29에 합의했는가? 오코노기는 이렇게 정리한다. 첫째, 대통령 선거 이전에 북한의 핵 활동이 정지된다면, 그것은 오바마의 핵확산 이니셔티브가 성공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에 의해 이란에서의 실패가 부분적으로 회복될지도 모른다. 둘째, 오바마의 태평양 중시 전략에서 보면 중국에 대한 견제의 관점에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유익할 것이다. 셋째, 적어도 미 대통령 선거까지, 북-미 교섭이 계속되면 북한에 의한 무력도발의 가능성을 현저하게 저하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2기를 상정한 오바마로서는 6자회담에서의 포괄 합의와 그 후의 한반도 데탕트는 매력적인 외교과제일지 모른다. 김정일 ‘유훈’서 핵·미사일은 군사+외교수단
북-미 2·29합의와 위성발사 모순된 것 아냐
북한 지도부 ‘세대교체’ 앞둬 불확실성 커져
관련국, 포용정책 통해 잘못된 선택 막아야 ■ 위태로운 합의
중국은 2·29 합의에서 북한이 잠정 중단한 3가지 조처와 원자력기구 감시를 묶어서 ‘3+1’이라 부른다. 그러나 양시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이 ‘3+1’은 북-미 간 그리고 무엇보다 남북 간의 뿌리 깊은 전략적 불신 때문에 견해차나 불시의 사고가 발생하면 언제든 탈선할 수 있는 ‘매우 취약한 구조’에 있다. 오코노기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이 북-미 합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작은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며, 2·29 합의 후에도 북한은 이명박 정권과의 대화를 봉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북-미 간의 합의에는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으며, 합의가 번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시위는 북한이 상황에 따라 ‘3+1’ 합의에서 후퇴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대응조처는 명확하지만 중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 중국의 선택-한반도 안정과 비핵화
북한이 취한 조처에 대해 중국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가르는 기준이 있다. 양시위는 다음 3가지 요소를 들고 있다. 첫째가 전략목표로서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 및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다. 둘째가 상호 불개입 및 주권 존중의 원칙이고, 셋째가 한국전쟁 지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전통적 우호관계 및 미래지향적인 변화다. 이 가운데 둘째는 이행이 용이하다. 그러나 나머지 둘은 상당히 복잡하다. 예를 들어 2009년 5월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위험 수위를 넘자 중국은 이례적으로 ‘제멋대로’라는 표현과 함께 매우 강한 어조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표현은 중국 역사상 자국의 주권 침해나 국제법 위반을 규탄하기 위해 총 7차례 사용되었는데 그 7번째가 북한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반도의 평화 안정과 비핵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분리되기 어렵다. 하나를 포기하면 두가지 모두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는 다를 수 있다. ■ 두개의 변수
양시위에 따르면 김정일 사망 뒤에 두가지 새로운 변수가 중국의 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한·미가 군사동맹을 강화해 안보 측면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한-미 합동군사연습에서 대규모 상륙 훈련을 한 것은 지난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북한의 새 지도부에 새로운 심각한 안보상의 압력이자 위협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둘째, 북 최고 지도자의 교체라는 면에서는 권력승계는 거의 끝났으나, 북한 내 권력 이동에서 지도자의 교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도부의 세대교체이다. 북한의 기존 지도층은 매우 고령이다. 2010년 10월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북한은 최고 지도자 사이의 권력승계를 시작했을 뿐이다. 지도부의 변화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특히 2010년 당 대표자회에서 새로 선출된 중앙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보면 정치국 위원 30명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80살 이상이다. 앞으로 몇년 이내에 인적 교체는 불가피하며 이는 북한 지도부의 임시적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 층으로의 세대교체는 불확실성이 따른다. 중국은 북한이 처한 이런 새로운 대내외 변수를 고려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이라는 2가지 목표 사이의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 결국 중국의 선택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안정 유지 가운데 전략적으로 후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량 지원과 교환한 ‘3+1’ 합의는 핵 문제에 대한 김정은 최초의 실질적인 결정이다. 이 합의의 성패에 따라 새 지도부 아래서 북한의 정책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 합의가 좌초될 경우 중국은 6자회담의 실패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양시위에 따르면 중국 등 관련 당사국에 필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통제나 압박이 아니라 포용을 통해 새 지도부가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kankan1@hani.co.kr
북한의 ‘미사일 탑재 가능’ 핵탄두 실험
북-미 2·29합의 유지한다면 막을수 있어 ‘북핵시설 방문’ 헤커 박사 분석 지난 2·29 합의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우라늄 농축 활동을 비롯해 영변의 핵실험 및 핵 활동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이행하기로 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북한은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영변의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감시하는 것을 허용하는 데 합의했다. 이 합의는 북한의 핵 위기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2011년 모든 징후들은 북한이 더 위협적인 성격의 핵무기 역량을 개발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놀랄 만한 것은 2가지다. 첫째는 현대식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시설 운영과 이동식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북한이 불법적으로 다른 국가들, 예를 들면 이란과 핵 프로그램을 위해 협력하고 있을 가능성과 자체적인 핵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서 또는 다른 국가들을 돕기 위해서 핵 기술을 수입 및 수출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2010년 북한은 자체적으로 경수로를 구축하고 이에 필요한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10년 영변을 방문했을 때, 25~30㎿e 규모의 경수로를 건설중이었으며 위성사진 등을 통해 현대식의 정교한 우라늄 농축 시설을 짓고 있음을 확신했다. 북한 경제는 지난 20년간 침체되었지만 여전히 놀랄 만한 제조 역량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0년 11월 영변을 방문했을 당시, 우리는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중인 현대식 우라늄 농축 공장이 새로 지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는 그 시설이 건설중이던 소규모의 실험용 경수로를 겨냥하여 저농축우라늄(LEU)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으며, 또한 그 시설이 정교한 원심분리기(P-2 또는 G-2 디자인)를 수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시설은 매년 최소한 한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약 40㎏의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해 낼 수 있다. 북한은 격리된 장소에서 약 340개의 원심분리기를 보유·운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빠른 시간에 이런 시설이 가능했던 건 그 때문이다. 영변의 농축 시설은 북한의 주장처럼 2009년 4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단 18개월 동안만 운영되었다.
북한이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핵무기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것은 짐작할 수 있지만, 소형화된 핵탄두를 위해서는 더 많은 핵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2011년에 찍은 위성 사진에는 또다른 핵실험 터널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를 정황이 보이며, 이 터널은 예전에 2번의 실험을 진행했던 길주 지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2·29 합의의 핵실험 모라토리엄은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더욱 정교하고 작은 핵무기 생산을 막는 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만약에 북한이 이를 파기한다면 분명히 소형화된 디자인을 실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실험이 플루토늄 폭탄일지 고농축 우라늄 폭탄일지는 알 수 없다.
2010년 10월, 북한은 평양의 군사 퍼레이드에서 이동식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 미 정보기관이 ‘무수단’으로 명명한 이 미사일은 북한 무기고에 있는 어떤 미사일보다 긴 약 3000~5000㎞를 비행할 수 있다. 이동식인데다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 기술은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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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국의 권위 있는 핵 과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정리했다. 이는 미사일을 포함해 플루토늄 추출 및 우라늄 농축 등 북한이 핵 무장력 강화를 위해 앞으로 어떤 조처를 취할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우라늄 농축시설 등 북한의 핵 시설을 직접 방문한 바 있는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21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40돌 기념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핵 위기는 해결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한다.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리는 이 학술회의의 주제는 ‘동북아시아 핵 문제의 재고’다.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북핵’ 관련국 대응 어떻게 ■ 2·29 합의와 북한의 정책 지속성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지난 2월23~24일 중국 베이징에서의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은 지난해 12월 하순에 예정돼 진전이 예상됐던 것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2개월 연기됐던 것이다. 이 회담에서 알려진 대로 미국은 북한에 대해 식량(영양식)을 지원하고 북한은 핵 실험,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 및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영변에서의 핵 활동을 일시 정지하고 영변의 핵 활동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하에 놓을 것을 약속했다. 북·미는 2월29일 워싱턴과 평양에서 이런 합의를 발표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의 2·29 합의는 “북한 정치체제의 불안정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최고 지도자의 사후에도 기존의 정책이 계속되며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코노기는 김정일 생전과 비교해 볼 때 “적어도 당분간 북한의 정책은 놀랄 정도로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김정은으로의 후계 작업이 미완성인 것이 정책 변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김정일의 ‘유훈’이 정책 변화를 억제하고 있다. 후계체제의 설계자였던 김정일은 스스로의 죽음을 의식해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난 뒤 3년 동안 많은 ‘유훈’을 남겼을 것이다. 김정은의 후견인들은 서로 경합하여 견제하면 할수록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유훈’으로부터 일탈하려고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셋째, 김정일의 ‘유훈’에는 북한의 장래를 위한 김정일의 전략이 반영돼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올 11월과 12월에 예정되어 있는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의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 관하여 김정일이 어떤 지시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김정일의 유훈
그렇다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김정일은 어떤 ‘유훈’을 남겼는가? 지난해 12월28일치 <로동신문>은 그것을 김정일의 ‘최대의 유산’으로 지칭하면서, 그것에 의해 “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약소민족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핵과 미사일 개발은 김정일의 유훈이며, 그런 점에서 광명성 3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오코노기에 따르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라는 것도 김정일의 유훈이며, 이 둘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기본전략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억지력으로서뿐만 아니라 외교수단으로도 이용하여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동결하거나, 그것을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하에 두거나 하는 2·29 합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 미국의 전략적 관점
그럼 왜 미국은 2·29에 합의했는가? 오코노기는 이렇게 정리한다. 첫째, 대통령 선거 이전에 북한의 핵 활동이 정지된다면, 그것은 오바마의 핵확산 이니셔티브가 성공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에 의해 이란에서의 실패가 부분적으로 회복될지도 모른다. 둘째, 오바마의 태평양 중시 전략에서 보면 중국에 대한 견제의 관점에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유익할 것이다. 셋째, 적어도 미 대통령 선거까지, 북-미 교섭이 계속되면 북한에 의한 무력도발의 가능성을 현저하게 저하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2기를 상정한 오바마로서는 6자회담에서의 포괄 합의와 그 후의 한반도 데탕트는 매력적인 외교과제일지 모른다. 김정일 ‘유훈’서 핵·미사일은 군사+외교수단
북-미 2·29합의와 위성발사 모순된 것 아냐
북한 지도부 ‘세대교체’ 앞둬 불확실성 커져
관련국, 포용정책 통해 잘못된 선택 막아야 ■ 위태로운 합의
중국은 2·29 합의에서 북한이 잠정 중단한 3가지 조처와 원자력기구 감시를 묶어서 ‘3+1’이라 부른다. 그러나 양시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이 ‘3+1’은 북-미 간 그리고 무엇보다 남북 간의 뿌리 깊은 전략적 불신 때문에 견해차나 불시의 사고가 발생하면 언제든 탈선할 수 있는 ‘매우 취약한 구조’에 있다. 오코노기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이 북-미 합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작은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며, 2·29 합의 후에도 북한은 이명박 정권과의 대화를 봉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북-미 간의 합의에는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으며, 합의가 번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시위는 북한이 상황에 따라 ‘3+1’ 합의에서 후퇴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대응조처는 명확하지만 중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 중국의 선택-한반도 안정과 비핵화
북한이 취한 조처에 대해 중국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가르는 기준이 있다. 양시위는 다음 3가지 요소를 들고 있다. 첫째가 전략목표로서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 및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다. 둘째가 상호 불개입 및 주권 존중의 원칙이고, 셋째가 한국전쟁 지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전통적 우호관계 및 미래지향적인 변화다. 이 가운데 둘째는 이행이 용이하다. 그러나 나머지 둘은 상당히 복잡하다. 예를 들어 2009년 5월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위험 수위를 넘자 중국은 이례적으로 ‘제멋대로’라는 표현과 함께 매우 강한 어조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표현은 중국 역사상 자국의 주권 침해나 국제법 위반을 규탄하기 위해 총 7차례 사용되었는데 그 7번째가 북한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반도의 평화 안정과 비핵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분리되기 어렵다. 하나를 포기하면 두가지 모두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는 다를 수 있다. ■ 두개의 변수
양시위에 따르면 김정일 사망 뒤에 두가지 새로운 변수가 중국의 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한·미가 군사동맹을 강화해 안보 측면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한-미 합동군사연습에서 대규모 상륙 훈련을 한 것은 지난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북한의 새 지도부에 새로운 심각한 안보상의 압력이자 위협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둘째, 북 최고 지도자의 교체라는 면에서는 권력승계는 거의 끝났으나, 북한 내 권력 이동에서 지도자의 교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도부의 세대교체이다. 북한의 기존 지도층은 매우 고령이다. 2010년 10월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북한은 최고 지도자 사이의 권력승계를 시작했을 뿐이다. 지도부의 변화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특히 2010년 당 대표자회에서 새로 선출된 중앙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보면 정치국 위원 30명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80살 이상이다. 앞으로 몇년 이내에 인적 교체는 불가피하며 이는 북한 지도부의 임시적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 층으로의 세대교체는 불확실성이 따른다. 중국은 북한이 처한 이런 새로운 대내외 변수를 고려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이라는 2가지 목표 사이의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 결국 중국의 선택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안정 유지 가운데 전략적으로 후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량 지원과 교환한 ‘3+1’ 합의는 핵 문제에 대한 김정은 최초의 실질적인 결정이다. 이 합의의 성패에 따라 새 지도부 아래서 북한의 정책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 합의가 좌초될 경우 중국은 6자회담의 실패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양시위에 따르면 중국 등 관련 당사국에 필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통제나 압박이 아니라 포용을 통해 새 지도부가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kankan1@hani.co.kr
최근 위성 사진을 토대로 작성한 영변의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공장 건물의 3D 모형. 헤커 박사의 발표문
북-미 2·29합의 유지한다면 막을수 있어 ‘북핵시설 방문’ 헤커 박사 분석 지난 2·29 합의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우라늄 농축 활동을 비롯해 영변의 핵실험 및 핵 활동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이행하기로 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북한은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영변의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감시하는 것을 허용하는 데 합의했다. 이 합의는 북한의 핵 위기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2011년 모든 징후들은 북한이 더 위협적인 성격의 핵무기 역량을 개발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놀랄 만한 것은 2가지다. 첫째는 현대식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시설 운영과 이동식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북한이 불법적으로 다른 국가들, 예를 들면 이란과 핵 프로그램을 위해 협력하고 있을 가능성과 자체적인 핵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서 또는 다른 국가들을 돕기 위해서 핵 기술을 수입 및 수출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25~30㎿e 규모로 북한이 건설중인 영변의 실험용 경수로의 3D 모형도. 위성 사진을 토대로 만든 것으로 터빈발전기 건물, 주행 크레인 레일과 지붕 등 원자로 외관의 상당 부분이 거의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헤커 박사의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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