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진보정당이 의석을 좀 늘릴 때
오히려 민주파가 분열하지 않고
정치연합을 꾸리기 쉬워질 것이다
오히려 민주파가 분열하지 않고
정치연합을 꾸리기 쉬워질 것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었다. 민주파 세력으로서 참으로 어렵다는 단독 과반수(절반+2)를 탄핵 역풍에 힘입어 달성했다. 단독 과반수란 게 뭔가? 혼자서도 마음만 먹으면 뭐든 주물러낼 수 있는 꿈의 의석이다. 당연히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다른 세력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 갈 길만 내달렸다. 그 결과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서 출자총액제한제, 뒷날 한-미 자유무역협정까지 숱한 쟁점에서 개혁 후퇴, 정체성 논란을 빚다가 끝내 국정 동력을 잃고 말았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석을 얻었다. 의원 10명은 경쟁적으로 집권세력을 때렸다. 정권을 공격하고 감시하는 것은 야당의 당연한 역할로 생각했고, 이를 통해 차별성과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했다. 노회찬, 심상정 등 스타 의원들도 실은 그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심지어 민주노동당은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며 한나라당과 연대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같은 민주세력 맞냐”며 분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거론한 것도 홧김이 뻗쳐서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끝에 민주파는 공멸했다.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부끄러울 정도의 적은 득표에 그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압승은 민주파가 헌납한 측면이 컸다. 경제와 성공, 출세, 부자 만들기와 효율성 추구 위주의 ‘이명박 담론’이 당시 세상을 풍미한 것도 보수세력이 민주파의 분열을 파고들어 이념적 무장해제를 관철시킨 성격이 강했다.
19대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전망은 좀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여권의 분열 요인을 줄이고 지지층을 결집해왔다. 다만 박근혜 위원장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참여정부에 떠넘기려 무리수를 두다가 역풍을 맞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아무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독자 과반수를 할 순 없고, 1당을 놓고 다투는 판세 아닐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진보정당의 의석수와 앞으로의 범야권 내부 정치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은 원내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보정당이 나름의 성적을 올리면 무엇보다 민주당+진보정당의 정치연합이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민주당은 단독 과반수를 못하는 마당에 진보정당을 무시할 수 없고, 통합진보당은 연합정치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은 터 아닌가. 17대와 전혀 다른 새로운 ‘황금의 세력균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1987년 이래 대부분의 대통령선거에서는 정치연합을 일궈낸 세력이 승리했다. 1992년에는 3당 합당, 1997년에는 디제이피 연합, 2002년 대선은 노무현+정몽준 연합이 승부를 갈랐다. 야권의 2012년 대선 전략의 핵심은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연합해 공동정부를 세운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이 기반을 넓히면 공동정부가 안정되리라는 믿음이 근거를 더하게 될 것이다.
과거 3당 합당, 디제이피 연합, 노무현+정몽준 연합은 노선이 다른 세력이 순전히 이해관계 때문에 야합했다고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했다. 반면에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는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해줄 싹이 좀 보인다. 단적으로 두 당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실현 등을 으뜸 과제로 담은 정책 합의문을 채택했다. 유럽에서는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 경제적·사회적 민주화로 나아가는 단계에서 자유-노동 연합, 또는 시민-민중 연합, 중도-진보 연합으로 공동정부를 세운 예가 많다. 외국 경험도 국면을 관찰하는 재미를 더해줄 듯하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cspcsp@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문대성 “학단협은 개별적 친목단체” 폄하
■ ‘퇴장녀’ ‘퇴장남’…“새누리는 토론기피 ‘도망당’”
■ ‘람보르기니’가 뭐기에…KT&G, 담뱃값 올려
■ 조혜련, 결혼 13년만에 파경
■ 길이 9m 거대한 ‘깃털 티라노’ 공룡 있었다
■ 문대성 “학단협은 개별적 친목단체” 폄하
■ ‘퇴장녀’ ‘퇴장남’…“새누리는 토론기피 ‘도망당’”
■ ‘람보르기니’가 뭐기에…KT&G, 담뱃값 올려
■ 조혜련, 결혼 13년만에 파경
■ 길이 9m 거대한 ‘깃털 티라노’ 공룡 있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