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분 자유기고가
350만 청년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에서
대학생 중심의 청년행사라니…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에서
대학생 중심의 청년행사라니…
4·30 행사는 전통적으로 학생들이 메이데이 전야에 진행해왔다. 메이데이 전날 밤 학생들이 노학연대를 과시하고 앞으로의 노동자와 연대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행사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4·30 행사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구성이었다. ‘청년찾기’를 표방한 이번 행사는 ‘김청년’이라는 주인공이 노동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연극의 형식으로 이어갔다. 그 와중에 발언과 공연들은 ‘극중극’의 형식으로 삽입되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무대를 다채롭게 만들고자 하는 고민이 엿보였다.
올해 4·30 전야제 ‘청년찾기’는 여러 사회학자들, 논객들, 정치인들이 호명하는 ‘청년’이 실제로는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묻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투표로 동원하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청년들을 호명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처한 환경과 조건 그리고 고민들이 무엇인지는 묻혀버리곤 했다. 마당극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그것을 드러내기 위한 형식실험이었다. 대다수의 청년들 역시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겪어가고 있는 ‘예비 노동자’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 형식과 내용이 괴리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 ‘청년찾기’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여러 청년계층이 아닌 대학생 단위들이 행사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도 4·30 문화제가 ‘대학생 중심’이었다는 비판들이 많이 제기되었다. 물론 4·30은 원래 ‘대학생 문화제’였다는 점에서 그러한 비판들이 다소 생경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대학생이 청년-노동자 의제를 전유했던 관행에 생긴 이 ‘균열’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더는 대학생이라는 정체성으로 청년들이 처한 노동문제를 쉽게 포괄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8년 84% 가까이 정점을 찍었던 대학진학률이 2011년에는 72.5%까지 곤두박질쳤다. 미친 등록금과 줄어가는 안정적 일자리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계층이 급속하게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지난 4·30 문화제에서 표방했던 ‘노학(勞學)연대’의 의미를 재고해야 한다. 그러한 구호를 통해 대학생=청년들은 노동자와의 연대 속에서 스스로를 예비-노동자로서 자리매김하며, 바로 그러한 예비-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의제들을 ‘자기화’했다. 그런 입장에서 이를테면 등록금 문제나 대학생 주거권 문제를 발언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예비-노동자가 아니라 곧바로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이 존재한다.
4·30에서 드러났던 자그마한 균열은 바로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이 처한 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학생운동이 이념적 전위로서 학생대중을 정치의 장에 견인했던 시대는 끝났다. 그리고 이제 그 학생대중의 규모 자체도 줄면서 대학생과 청년의 연결 지점도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노학연대의 틀 속에서 존재했던 청년노동 의제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대다수 청년들은 불안정 노동자라는 특성상 조직화되지 못한 채 노동운동에서 주변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그나마 연결시켜준 노학연대의 정신이 의문에 부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청년노동 의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고민할 때이다.
불안정 노동은 청년들의 보편적 문제이다. 350만 청년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청년 노동자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학생으로서 스스로를 정체화하지 않는’ 수많은 개인들을 저항에 끌어들이는 운동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닥치고 투표’라는 구호가 공허한 실패로 끝난 지금-여기에서 말이다.
박가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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