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소설가
성년에 대해 생각한다.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나이. 술과 담배와 섹스의 (합법적) 자유를 얻게 되는, 더불어 투표권도 갖게 되는 성년에 대해. 대학생이 되거나 노동자가 되거나, 취업 준비생 혹은 재수생이란 꼬리표를 달게 될 그들에 대해 생각한다. 내신 점수와 수능 등급을 높이던 것처럼 스펙을 쌓아올리게 될 성년에 대해. 또래와의 성적 경쟁을 끝내자마자, 또래는 물론이거니와 선후배까지 합세한 취업 경쟁에 뛰어들게 된 그들. 스펙도 쌓고 등록금도 버느라 자신의 권리와 이익에만 집중하고 타인의 고통에는 무관심해질 그들에 대해. 로또가 가장 가능성 있는 대안이라 생각하게 될, 머지않아 비정규직이나 워커홀릭이 될 성년에 대해 생각한다.
성년이 되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성년에 대해 생각한다. 성적을 비관하여, 폭력을 견딜 수 없어 어른이 되기를 거부 혹은 포기한 미성년에 대해. 힘과 돈과 성적의 논리로 움직이는, 성년과 미성년의 다를 바 없는 사회에 대해 생각한다. 경쟁이 미덕인 사회. 돈이 많은 사람, 돈이 되는 직업, 돈이 되는 정책이 최고인 사회. 승자만이 살아남는 사회에 대해 생각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생각한다. 정리해고 후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려 애쓰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차 노동자 22명과 그 가족에 대해, 그들의 자녀에 대해 생각한다. 무관심과 감은 눈에 대해 생각한다.
선거에서 부정을 저지르고도 당당히 ‘대의’를 위해서라고 우기는 성년에 대해 생각한다. 민주적 절차가 존중되어야 마땅한 회의장에서 폭력과 욕설로 회의를 방해하는, 부정과 폭력으로 권력을 사수하면서도 그것이 정의라고 외치는 성년에 대해. 그들의 무섭고도 슬픈 아집에 대해 생각한다. 권력자의 아집과 이해관계 때문에 파헤쳐진 강바닥과 자연과 민심에 대해 생각한다. 되돌릴 수 없는 자연과, 손바닥처럼 쉽게 뒤집히는 사람의 말과 마음에 대해. 자기보다 약한 또래를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미성년과 편 가르기에 능한 성년의 정치판에 대해. 그들의 몰염치와 집단이기주의에 대해 생각한다.
‘꼭 대학에 가야 해?’라고 묻는 미성년과, ‘네가 아직 세상을 모른다’고 답하는 성년에 대해 생각한다. ‘꼭 1등 해야 해?’라고 묻는 미성년과, ‘네가 세상을 몰라도 한참을 모른다’고 답하는 성년에 대해. 하지만 이미 그것과 똑같은 세상을 충분히 경험해본 미성년에 대해. 그런 세상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런 세상이 너무 ‘짱 나서 짱 나는’ 미성년을.
성년과 미성년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생각한다. 다시 시작되는 게 아니라 계속 진행될 경쟁과 전쟁에 대해. 오늘, 꽃과 향수를 선물받으며 축복받을 성년들. 그들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을 생각한다. 함께하는 그들. 폭력을 거부하고 권력을 의심하고 부조리에 저항하는 그들의 진심에 대해. 높은 경제성장률보다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원하는 그들.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것보다, 고치고 보살펴 오랫동안 보존하는 것의 가치를 믿는 그들에 대해. 비정규직 제도의 부당함을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그들. 생명에 대한 존중과 경외를 잊지 않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최고보다 최선을 알아주는 그들에 대해. 자기가 무엇을 배우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꽃이 예쁘다고 꺾어 가지기보다, 살아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 두고 함께 바라볼 때의 행복을 아는 사람에 대하여.
최진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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