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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만민공동회가 필요한 때다 / 박창식

등록 2012-08-21 19:15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대선 국면에선 참신한 정책 제안들이 나와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선거를 정책 대결로 이끄는 효과가 있다. 폭발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면 후보자의 득표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 선거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일으킨 공약은 김대중 신민당 후보가 1971년 대선 때 제시한 ‘향토예비군 폐지론’이다. 그는 뒷날 <김대중 자서전>에서 공약에 얽힌 내력과 소회를 상세하게 회고했다.

이 책을 보면 박정희 정권은 북한 게릴라의 청와대 습격사건 뒤 1968년 4월1일 예비역 200만명을 묶어 향토예비군을 조직했다. 향토예비군은 본래 취지를 벗어나 원성의 대상이 되었다. 예비역들이 툭하면 불려나가 훈련과 노역을 해야 했다. 심지어 지서장 집에 가서 아이들을 봐주고 나무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돈을 주고 훈련에 빠지거나 대리참석을 시키는 비리가 만연했다. 정권이 안보를 빌미로 주민들을 묶어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니 문제가 속출하는 것은 당연했을 터다.

이 제안에 국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했다고 한다. 여론이 불리해지자 박 대통령은 정래혁 국방장관에게 대책을 요구했고, 관련 단체를 사주해 김 후보를 공격했다. “향토예비군 폐지는 국가 존립에 중대한 위협을 주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남침을 유도하는 발언으로 즉각 철회하라.” 정부여당은 국영방송을 총동원해 김 후보를 위험한 정치인으로 몰아갔다. 공격을 받은 김 후보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터이다. 그래도 그는 “반공이란 구호 아래 숨도 못 쉬는 사회 분위기를 바꿀 기폭제가 절실했다”고 자서전에 적었다. 지도자는 늘 용기를 내야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이 밖에도 김 후보는 미·일·중·소 4대국 안전보장론, 남북한 평화통일론, 부유세 신설, 초중등학교 육성회비 폐지, 이중곡가제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정책들을 무더기로 제시했다. 1971년 대선에서 정책 대결이 뜨겁게 펼쳐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무현 후보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제안했고 이회창 후보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서울·경기·인천의 한나라당 광역의원들은 “수도권 집값이 폭락한다”며 반대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결국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57만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된다. 노 후보는 충청권에서 전체 득표 차이의 절반이 넘는 25만6286표 차이로 이 후보를 앞섰다. 참신한 정책 공약의 위력을 실증한 예다.

2012년 대선이 바짝 다가왔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선 후보 선출 절차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대선 열기를 거의 느끼기 어렵다. 정당 사람들한테 책임이 있다. 그들은 눈길을 끌 만한 정책 아이디어를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쪽은 상황을 흔들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야당 대선 주자들은 지지율이 뒤지고 있는데도 그러고 있으니 안이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시민들이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한겨레>는 대선 정책 제안을 위한 만민공동회를 다음달 1일(경제), 9일(정치와 통일외교), 15일(사회정책) 세 차례 열기로 했다. 한겨레 경제연구소, 평화연구소, 사회정책연구소 등 세 연구기관과 시민단체 ‘더 체인지’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만민공동회는 1898년 열강의 국권 침탈에 맞서 자주독립을 지키려고 펼쳤던 민중정치운동을 일컫는다. 한겨레 연구소들은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해줄 발표자와 토론단을 한겨레 누리집에서 모집하고 있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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