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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양형기준제 / 김이택

등록 2012-08-21 19:17

1976년 미국 연방상원에 법안이 하나 발의됐다. 제출자는 미국 의회정치의 모범으로 불리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그가 내놓은 양형기준법은 8년 만에 입법화돼 미국 형사재판 체계를 바꿔놨다. 그 전까지 법으로 형량의 상한만 정해놓고 판사가 하한을 정하면 가석방위원회가 수형 태도 등을 고려해 석방 시기를 결정했다. 형기가 들쭉날쭉한 것을 비롯해 부작용이 적잖았다. 양형기준법 통과 뒤 2년여의 준비 끝에 1987년 양형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 2005년 연방대법원이 양형기준이 권고적 효력만 갖는다고 판결하긴 했으나 여전히 기준표가 형량 결정에서 핵심적 구실을 하고 있다.

서울올림픽 열기가 채 식지 않은 1988년 10월8일 서울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감되던 미결수 12명이 탈출해 서울 북가좌동 주택가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그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주범 지강헌이 죽기 전 ‘유전무죄 무전유죄’ 주장을 편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재산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전관예우의 폐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미국식 양형기준 도입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실제 법개정이 이뤄진 건 20년 가까이 지난 2007년이었다.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법정구속된 뒤 양형기준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르면 횡령액 636억원인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은 모두 유죄가 되면 징역 5~8년, 횡령액 274억원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4~7년이 기본형량이다. 2009년 뇌물과 횡령·배임죄 등, 2011년 사기·절도 등에 대한 기준 공표에 이어 엊그제 3기 양형위가 선거범죄 양형기준을 의결했다. 알선수재 양형기준은 아직 없다. 이상득·최시중씨의 경우, 알선수재로 기소돼 각각 1년6월, 2년6월형을 받은 은진수 전 감사위원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참고가 될 만하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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