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0월20일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대통령이 자기 비리를 캐던 특별검사를 해임해버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법무장관과 차관이 모두 해임에 반대해 사퇴하자 송무실장을 시켜 해임을 강행했다.
그럼에도 새 특별검사 리언 자워스키는 닉슨을 몰아붙여 워터게이트 사건 연루 사실을 입증하는 녹음테이프를 받아냈다. 결국 법원과 의회의 협공 속에 닉슨은 10개월 뒤 사임했다.
2003년 11월25일 노무현 대통령이 거대 야당이 강행한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중인 상황에서 특검이 나서는 것은 검찰의 수사권 독립을 해치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엔 정부 스스로 특검법을 만들어서라도 특검을 하겠다는 주장까지 폈다. 결국 국회 재의결까지 거쳐 김진홍 특검이 수사를 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지난 6일 청와대 관계자가 내곡동 사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근거는 두 가지. 노 대통령도 2003년 거부권을 행사했고, 헌법재판소 2008년 1월 판례에 따르면 야당의 특검 추천은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2003년 당시엔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까지 특검법에 포함돼 있어서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현직 대통령의 대선 자금도 파헤칠 정도로 상당 수준의 검찰 수사권 독립이 보장돼 있었다. 대통령 아들이라고 소환도 않을 정도로 청와대 눈치를 보는 지금 검찰과는 달랐다.
청와대가 거론한 2008년 1월 판례(2007헌마1468) 역시 대통령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특별검사제의 기본취지를 언급할 뿐 특정 정당이 추천하면 위헌이라는 대목은 없다.
대통령이나 측근을 겨냥한 특검은 폭발성을 띠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를 피하려 잔꾀를 부리다간 더 큰 봉변을 당할 수 있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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