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저자
지난달 17일부터 온라인 서점 알라딘 첫 화면에는 ‘도서정가제법 강화에 반대합니다’라는 배너가 걸렸다. 인문 정신과 애서의 의미를 온라인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구체화한 알라딘이었기에 출판사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개별적으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불매 선언이, 출판사 단위로는 출고 정지 조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출판인회의와의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한 주 전인 1월9일,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현행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의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 문제가 되는 제22조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 다만,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해당 간행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정가의 1할의 범위 안에서 할인하여 판매할 수 있다”에서 예외로 인정되는 항목을 삭제하고 10% 할인을 일괄 적용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에선 온라인 서점의 경우 18개월 미만 도서(신간)는 사실상 19%까지 할인이 가능하며,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경과한 도서(구간), 실용서·초등학습참고서는 예외로 분류되어 무제한 할인이 가능해졌다. 같은 교보문고에서 같은 책을 사는데, 매장 가격이 온라인보다 비싼 일이 벌어진다.
온라인 서점의 메인 노출이 책의 생명을 결정하는 현실에서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 알라딘과 같은 업계 후발주자들에게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집중화가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알라딘이 거래처 출판사들의 대응을 각오하고서 소비자이자 독자들에게 서명운동을 요청한 이유다. 출판사는 온라인 서점에 광고를 하고 ‘반값 할인’에도 참여하지만, 이것도 대형 서점과 1위 업체에 집중된다. 한편 ‘무료 배송’은 누군가가 부담하는 ‘비용’이다. 19%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산다는 걸 알기에 ‘할인된 판매가’를 상상한 정가가, 대형 서점과 광고비를 염두에 둔 프로모션이, 베스트셀러를 따라한 기획이 이루어진다. 바로 독자들이 안타깝게 여기는 지금 출판의 모습 아닌가.
완전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정해진 가격, 즉 정가를 어느 서점이나 동일하게 지켜서 팔자’는 것이다. 도서관에 정가로 책이 공급되고, 동네 서점 어디에서나 책을 온라인 서점과 동일한 가격으로 골라 볼 수 있다면, 그게 당장은 어려울지라도 시도해볼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애써 배송 기사의 행방을 추적할 필요도 없다. 물론 그 경우에도 더 ‘싼 책’을 원하는 독자들은 대형 마트에서 할인 도서를, ‘베스트셀러’를 원하는 독자들은 매장에서 고르는 시간을 아껴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면 된다.
1만원짜리 책을 6000원에 공급하면, 출판사는 저자 인세 1000원, 순수 인쇄제작비, 종이값, 디자인비, 조판비를 지급한 나머지로 운영하는 현실이다. 요즘 초판은 2000부 이하다. 출판계도, 서점도 결국 독자들에게 책을 가까이 가져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커피 한잔이 비싸다고 커피 체인 앞에서 불매운동을 벌이는 소비자는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출판의 접근성, 다양성, 편의성, 정가제 이후 출판사에 대한 정가 인상 금지 등 독자들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많다. 그리고 출판계 주변의 모든 유기적인 주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독자를 제외시켜서는 안 된다. 자, 이제 진짜 현명한 독자들의 판단을 기다린다.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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