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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시스티나 성당 / 백기철

등록 2013-03-03 19:11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마치 성당 순례 같다. 온갖 볼거리가 성당 중심으로 가득하다. 이탈리아 로마의 성베드로 대성당은 웅장함이나 문화사적 가치 등으로 보아 가톨릭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손색이 없다. 시스티나 성당은 성베드로 대성당의 부속 성당 격인데, 교황의 개인 성당으로 돼 있다.

시스티나 성당이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벽화 때문이다. 성당 규모는 아담한 편인데, 천장 전체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성경에 기초해 천지창조를 아홉개 패널로 나누어 상상한 것인데, 하나님이 팔을 펼쳐 손가락 끝을 대며 생명을 불어넣는 ‘아담의 창조’는 미켈란젤로의 작가적 천재성을 잘 드러내 준다. 성당 안을 서성거리며 천장에 펼쳐진 파노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불어넣은 생명과 우주의 신비에 경건하다 못해 차분해지기까지 한다.

시스티나 성당은 교황을 선출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전세계의 추기경들은 이달 중순쯤 이곳에 모여 지난달 28일 퇴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후임을 뽑는 ‘콘클라베’를 연다. ‘열쇠로 잠긴 방’이란 뜻의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 추기경들은 외부와 연락이 단절된다. 3분의 2 득표를 한 후임 교황이 나올 때까지 비밀투표는 반복된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성당의 굴뚝에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일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을 뽑는 가톨릭의 가장 경건한 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교황청은 <천지창조>를 보기 위해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내뿜는 습기와 열기로 그림 훼손이 심각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에 따라 관람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한다. 평소 속인들이 들끓는 성당에 추기경들을 가둬놓고 교황을 선출하도록 한 것도, 창조주의 미묘한 섭리는 아닐까.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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