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이용할 때 가장 답답한 게 속절없이 출발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다. 최근 유럽연합은 승객의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대폭 강화된 항공기 승객 권리 규정안을 내놓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출발 지연에 따른 물질적 배상의 조건을 명확히 한 것인데, 특히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출발 지연이 금전적 배상 대상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자연재해나 항공사 파업으로 인한 경우는 숙박시설 등 편의 제공 이외의 배상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선 비행기의 기계적 고장을 배상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항공 관련 분쟁 해결기준을 보면, 기상 상태, 공항 사정, 항공기 접속관계, 안전 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정비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경우는 배상에서 제외했다. 예기치 못한 정비 불량도 불가항력적 사유라는 얘기다.
이런 상태에서 사업자 고의, 과실로 인한 지연에 한해 2~4시간 지연은 운임의 10%, 4시간 이상은 운임의 20%를 배상하도록 한 규정은 실효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기체 결함에 따른 출발 지연 때 승객이 배상을 요구하면 우리 항공사들은 예기치 못한 정비 불량이란 이유로 배상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럽연합 규정을 참고삼아 관련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유럽연합 규정은 출발 지연에 따른 배상의 경우 3500㎞ 이하 비행에선 5시간, 6000㎞까지는 9시간, 더 긴 여행일 경우 12시간 이상 지연될 경우 배상하도록 했다. 또 항공사는 출발이 지연되면 30분 안에 승객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고, 2시간 이상 지연되면 먹을 것과 음료를 제공해야 한다. 비행기에 탑승한 뒤 활주로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5시간이 넘으면 승객들은 내려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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