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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철쭉 / 김지석

등록 2013-05-01 19:06

신라 성덕왕(재위 702~737) 때다. 순정공이 부인 수로와 함께 강릉태수로 부임하러 가는 길이다. 바닷가 천길 절벽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다. 홀린 듯 바라보던 수로가 그 꽃을 꺾어줄 사람이 없는지 묻는다. 모두 망설인다. 마침 늙은 암소를 몰고 지나가던 노인(견우노옹)이 다가와 절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붉은 바위 가에/ 잡고 온 암소를 놓게 하시고/ 저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수로가 허락하자 노인은 절벽 끝까지 기어올라가 꽃을 딴다.

향가인 <헌화가>에 얽힌 얘기다. 이 노래에는 절세가인인 수로가 초라한 늙은이에게서 꽃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까봐 걱정하는 노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수로에게 꽃을 바친 뒤 소를 몰고 조용히 사라지는 노인의 모습은 애틋하기까지 하다. 이 꽃이 바로 철쭉이다.

철쭉을 한자말로는 ‘척촉’이라고 한다. 척촉은 ‘머뭇거리다’라는 뜻이다. 아파트 단지나 도시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산철쭉 종류인데, 이에 해당하는 것은 양(羊)척촉이다. 양이 철쭉을 잘못 먹으면 탈이 나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양이 비틀거리며 서 있는 모양에서 척촉이 철쭉의 뜻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한자견문록>)

산척촉이라고도 하는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서 ‘참꽃’이지만 철쭉은 먹을 수 없기에 ‘개꽃’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철쭉이 더 아름답고 품격 있는 것으로 봤다. 조선 전기 문신인 강희안은 원예서인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꽃나무를 아홉 등급으로 나눠 평가하면서, 우리나라 진달래인 홍두견을 육품에 둔 반면 왜홍철쭉을 이품으로 쳤다.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어김없이 철쭉철이 시작됐다. 전국의 산에서 돌아가며 철쭉 잔치가 펼쳐질 것이다. 5월 산의 주인공은 철쭉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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