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동네북이다. 아무나 다 두들긴다. “너희가 좋아서 표를 준 것이 아니다”라거나, “차라리 간판을 내리라”는 모진 말이 쏟아진다. 당내에서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그런 정치적 혁신이 부족하다”는 질책이 나온다. 아무리 맞아도 할 말이 없다. 잘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민주통합당의 처지다.
민주당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하나다. 집권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당은 정치적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모인 조직이다. 세력의 전위다. 집권하지 못하는 정당은 쓸모가 없다. 4·24 재보선 완패도 집권 실패의 연장이다. 아직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다. 정권에 대한 심판론은 3년차부터 작동한다.
민주당은 왜 집권에 실패한 것일까?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서 다음에는 집권하면 된다. 가능할까? 가능하다. 민주당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민주당에는 차기 대선주자들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다. 박원순 시장은 2014년 6월4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한다. 성공하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가 된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2017년 12월이다. 문재인 의원도 있다. 문재인 의원이 대선에서 받았던 ‘48% 1400만표’ 중에서 절반 가까이는 민주당 지지표가 아니다. 그래도 ‘48% 1400만표’는 문재인 의원의 정치적 자산이다. 차기 주자 복귀 여부는 그 자신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전 경남지사, 정세균 전 대표도 있다.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에는 유력한 주자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둘째, 민주당에는 국회의원 127명이 있다. 집권여당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숫자다. 면면도 그 정도면 수준급이다. 민주당 의원총회에 가보면 회의장이 꽉 찬다. 18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석은 81석이었다. 선거를 제외하고 정당정치의 기본적인 활동은 국회에서 이뤄진다. 야당은 입법과 예산심사를 통해 대한민국 ‘통치’에 깊숙이 참여한다. 정권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며 민주당이 집권 가능한 정당임을 국민들에게 증명해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민주당 의원들의 열정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인선 검증은 언론이 주도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폭로에서도 민주당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셋째, 차기 집권이 가능한 유일한 대안 정당이다. 정치는 현실이다. 냉정하게 봐야 한다. 민주당은 10년의 집권 경험이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장관직을 맡을 수 있는 정치인이 꽤 많이 있다. 새누리당에 뒤지지 않는다. 대통령과 당 대표를 맡을 리더십만 바로 세우면 집권세력으로 손색이 없다. 안철수 신당의 높은 인기는 미래에 대한 환상과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겹친 탓이다. ‘제3후보’ ‘제3신당’은 언제나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집권까지 다가간 적은 별로 없다. 진보정당은 경선부정과 분열의 후유증으로 앞으로 몇년간 회복이 불가능하다. 진보정당이 물러난 공간도 민주당이 채워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5월4일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혁신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무기력증은 ‘인물 중심’이라는 우리나라 정당의 한계에 뿌리가 닿아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 민주당이 활력을 되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면 될까? 그건 확실히 망하는 길이다. 바닥을 향해 추락할 때 버둥거리지도 않으면 머리가 깨진다.
최근 시중에 떠도는 ‘3대 불가사의’가 있다. 아무도 모르는 세 가지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 정치’, ‘김정은의 속마음’이란다. 민주당은 여기서도 빠져 있다. 정치인이나 정당이 국민들의 미움을 받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아예 잊혀지는 것이다. 민주당을 비난하고 욕하는 사람들에게 민주당이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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