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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스노든과 ‘국익’ / 김이택

등록 2013-07-03 20:06

1944년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자 미국은 태평양 연안에 거주하던 12만여명의 일본계 미국인을 네바다주 사막 등으로 강제 수용했다. 이들 가운데 3분의 2가량은 미국에서 출생한 합법적 미국 시민이었으나, 전쟁중이라 적국인 일본의 스파이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상황논리가 판쳤다. 일본계 미국인인 프레드 코레마츠가 이에 불복해 제소했으나 연방대법원은 “국가안전 유지에 절실히 필요한 조처”라는 이유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미국 사법사상 ‘국익’이란 명분 앞에 법치주의가 무릎 꿇은 치욕의 순간으로 평가된다.

그로부터 꼭 60년 뒤 이번에는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관타나모 수용소의 불법 구금이 문제가 됐다. 알카에다나 탈레반 소속의 ‘적 전투원’으로 분류된 600여명의 구금자들은 전쟁포로 대우도 받지 못한 채 기한 없이 감금된 상태였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는 가운데 뉴욕의 진보적 법률가단체인 ‘헌법적 권리를 위한 센터’ 변호사들이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때마침 터진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포로 학대사건 덕분인지 몰라도 연방대법원은 2004년 6월 관타나모 구금자들에게 투옥에 대해 미국 지방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 과정에서 60년 전의 그 코레마츠가 직접 구금자의 주장을 지지하는 서면을 내기도 했다.(<더 나인>)

미국 국가안보국의 도청과 해킹 사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당국에 쫓기는 처지가 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의 망명 요청에 사실상 두 손을 든 상태에서, 볼리비아행 소문도 돌았으나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미국 정부를 배신했으나 국민을 배신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유에스에이 투데이>의 조사에서는 응답자 49%가 스노든의 폭로를 중요한 ‘공공 봉사행위’로 본다면서도 50%가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일종의 ‘내부고발자’인 그가 법정에 선다면 연방대법원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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