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 소녀> 저자
2030이라는 이름의 지면이 허락되는 한, 될 수 있으면 내 세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88만원 세대>가 출간되었을 때 25살이라는 20대 평균의 나이로 당사자 운동을 시작했다가 좌절하며 30대에 들어선 개인적 경험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나빠진다’ 이상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박해천 교수의 논의를 빌려오자면, 이 세대의 이해관계는 부모 세대와 얽혀 있다. 좀처럼 자취방과 원룸을 벗어날 수 없는 젊은 세대가 언젠가 자신의 집을 가질 수 있게, 혹시라도 집값이 내려간다면, 그 타격을 받는 것이 부동산으로 자산을 증식한 베이비붐 세대다. 한국 중산층 자산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50대의 저가주택 소유 비율 60%) 현재 가계부채 규모(1000조 중 50대 450조)에서 많은 가정이 파탄 난다. 이 두 세대의 이해관계는 실로 얽혀 있다.
먼저 최저 시급. 7월5일 결정된 2014년의 최저 시급은 350원이 인상된 5210원이다. 2012년 소상공인 통계집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평균 나이는 49.5살이다. 이들이 바로 정확히 현재 대학에 들어간 이들의 부모다. 노동계가 주장한 5910원과 사용자 쪽 4910원(초반엔 동결)이 맞부딪친 결과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중소·영세기업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노동계의 대규모 장외집회 등 일방적인 주장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공익위원의 무책임한 태도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경총의 자녀들은 절대 ‘최저 시급’을 받는 상황에 처하지는 않을 모양이다.
둘째, 60살 정년 보장을 뼈대로 하는 정년연장 법안(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5월22일 개정됐다. 이에 따라 60살 정년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이에 대한 청년층의 반응은 여론조사마다 찬반이 갈리는데, 당장 이 혜택의 첫 수혜자가 되는 1961년생은 현재 52살인 우리 부모이기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을 감당할 가계 수입에 대해 부모 세대의 근로 연장과 젊은 세대의 취업 유예를 줄이는 것을 저울질한다면 전자가 된다. 한국의 내수시장을 활성화할 가계지출의 기대소비에 대한 경제적 실권이 부모 세대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 법안의 이름에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가 들어 있다.
그 결과 이런 일이 생겨난다. “이전 정부에서 고졸 채용 붐이 일었을 때 한 공공기관에서 고졸 직원을 30명 뽑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중 27명이 대졸자였습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로 든 곳은 한국가스공사였다. 대기업 계열사의 생산직에서도 이런 일은 넘쳐난다. 7월6일 교육부 발표는 더 가관이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구성되는 대학교 교비회계로 교직원이 내야 할 사학연금 보험료(개인부담금)를 대신 납부한 사립재단이 총 44개, 그 액수는 2080억원이다. 연세대는 노동조합과 단체·임금협약을 맺고 2000년 이후 지난해 2월까지 사학연금 보험료 461억원을 교비회계와 병원회계 등에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대학은 현실적으로 회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거리로 나오지 않느냐고 청년 세대를 질타하는, ‘낭만으로 투쟁을 내면화한 이들’의 비판에 부모 세대와의 대차대조표를 내밀고 싶다. 지금의 경제력을 획득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 세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후 세대가 처할 상황은 더욱더 힘들 것이다. 동아줄을 누구에게 던져야 하는가.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 소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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