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택 논설위원
검찰 쪽이 내세운 중년의 신사가 증언대에 섰다. 내내 울먹이던 그가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자 갑자기 “네가 그랬잖아” 하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당대 최대 계보의 조폭 보스도 순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23년 전 그 보스는 나이트클럽 사장 피습 사건에다, 유명 종교지도자 조아무개 목사 아들의 가정사에 뛰어들어 협박을 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유명 탤런트 출신의 조 목사 며느리가 이혼을 거부하자 장인인 그 신사를 불러내 “딸을 이혼시키라”고 협박했다. 그 과정에서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게 한 뒤 숙소에 여성을 투입해 ‘흔적’을 포착하고는 이걸 이용했다. 그 조폭다운 ‘엽기성’ 때문에 기억이 생생하다.
아들은 결국 이혼에 성공했으나 그 뒤에도 여러 차례 여성 편력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얼마 전 차영 민주당 전 대변인의 친자확인소송에 바로 그 아들 조씨가 다시 등장했다. 차씨 주장에 의하면 그는 청와대 비서관이던 자신과 결혼을 약속하고 하와이에서 아이를 낳게 한 뒤에도 비밀리에 일본 여성과 네번째 결혼을 했다고 한다.
잠시 생활비를 보조해주다 수년간 연락을 끊었던 조씨는 올해 초 30억원 배임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그사이 조 목사와 가족들이 장손인 차씨 아들의 양육과 입적까지 약속했으나, 조씨 석방 뒤 태도를 바꿨다는 게 차씨 주장이다.
여기서 이들의 가정사를 시시콜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종교지도자에 언론사 회장이라는 조씨 일가의 패륜에 가까운 행태와 유부녀였던 차씨의 일탈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돌린다. 그러나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이런 사정도 모른 채 5만9천여표(49.4%)나 몰아줬다. 후보로 나선 차씨나 공천한 민주당은 과연 아무 책임도 없는 걸까.
차씨 소식이 알려질 무렵, 여당가에선 그와 동갑에 정계 입문 시기도 비슷한 윤상현 의원이 숨은 실세로 떠올랐다. ‘윤상현당’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의 정국을 주도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그의 자전적 에세이 <희망으로 가는 푸른 새벽길>에 쓴 추천사에서 표현했듯이 윤 의원은 ‘독특한 개인사’를 갖고 있다. 책에는 프랑스어학원에서 우연히 만난 여학생과 수백장의 연애편지를 주고받는 ‘운명적인 첫사랑’ 끝에 85년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딸과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나온다. 학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잡혀가고 반정부 시위로 최루탄이 자욱하던 서울대 캠퍼스에서 ‘살인마’로까지 불리던 대통령의 딸과 사귄 끝에 사위가 됐으니 평범한 대학생은 아니다. 6공 초기 ‘할복하겠다’면서까지 장인의 해외 출국을 막았을 정도로 장인에 대한 존경심도 깊었던 모양이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그는 ‘친하게 지내던’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사위의 주선으로 이 총재와 인연을 맺고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2000년 4월 16대 총선에선 ‘부부관계가 좋지 않다’는 ‘헛소문’ 탓에, 2002년 8월 경기 하남 보궐선거 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이유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런 경험들이 작용한 탓인지는 알 수 없으나 2005년 7월 부인과 헤어지게 된다. 책에는 ‘결혼 전부터 독신주의를 원했던’ 부인이 바라는 대로 이혼을 했다며 “사랑했기에 떠날 자유를 드린다”고 적었다.
5년 뒤 이번엔 금배지를 달고 대재벌의 사위로 변신했다. 이혼과 재혼에 얽힌 개인사를 따질 생각은 없다. 재선을 거치며 유권자 심판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두환 비자금’ 1020억원이 한때 아버지 회사에서 관리되고, 비자금 세탁 의혹 보도까지 나오는 데 대해선 본인이 직접 해명할 책임이 있지 않을까.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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