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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박근혜 정권 진짜위기를 만나다

등록 2013-08-12 19:28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지 모래사장에 쓴 ‘저도의 추억’에는 사연이 있다. 그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세상을 먼저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며 여러 편의 시를 썼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자서전에 ‘저도의 추억’이란 제목의 시를 소개한 일이 있다.

“해와 달은 어제도 오늘도 뜨고 지고, 파도 소리는 어제도 오늘도 변치 않고 들려오는데, 임은 가고 찾을 길 없으니, 저 창천에 높이 뜬 흰 구름 따라, 저 지평선 너머 머나먼 나라에서, 구만리 장천 은하 강변에 푸른 별이 되어, 멀리 이 섬을 굽어보며 반짝이고 있겠지, 저~기 저 별일까, 저 별일 거야.”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넘어설 수 없는 절대적 존재다. 아버지가 쿠데타로 최고 권력을 쥐었을 때 겨우 9살이었다. 10월유신으로 헌정이 중단된 1972년 10월, 그는 스페인의 유조선 진수식에 참석해 스페인어로 연설했다. 외교 무대에 데뷔한 것이다. 20살 때다.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되면 아버지 시대의 인물 몇 사람을 발탁할 것이라는 예측은 대선 전부터 있었다.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세간의 비판이 거세지 않았던 이유는 그래서일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추진할 세금정책의 뼈대를 발표했다.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항목에 포함됐던 의료비와 교육비 등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청와대·새누리당과 협의를 거쳤으니 당정청 안이다. 다음날 아침 신문의 1면 머리 제목은 이렇게 나왔다.

‘월급쟁이 434만명 세금 더 낸다’(국민), ‘중산층 짜내기…연봉 3450만원 이상 소득세 더 낸다’(동아), ‘월급쟁이가 또 봉’(세계), ‘결국 월급쟁이에 손 벌린 정부’(조선).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 때보다 훨씬 더 비판적이다. 시중의 여론도 험악하다. 박근혜 정권은 총리 및 장관 후보자 낙마, 청와대 대변인 성추문,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번에 맞닥뜨린 세금 파문이 최대의 위기가 될 것 같다. 조세저항은 그만큼 무섭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을 찾아보면, “감면제도를 기존의 소득공제 중심에서 소득수준에 따른 불공평성을 줄이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전환”이라고 되어 있다. 약속한 대로 이행한 것이다. 하지만 공약집에는 ‘지하경제 축소’, ‘금융소득 및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약속도 들어 있다. 이번에 발표한 조세 개편안에는 이런 부분이 매우 부실하다.

야당이 요구하는 부자감세 철회는 아예 시도하지도 않았다. 실효성이 떨어지고 정권이 흔들린다는 것이 이유다. 그런가? 지난 5월까지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9.7조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법인세수 감소액이 4.3조원으로 45%를 차지한다. 법인세를 깎아줬지만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조세의 핵심은 형평이다. 월급쟁이 중산층의 분노는 정당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복지공약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있다. 가진 자들의 주장이다.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복지는 시대의 요구다.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약속했다. 신뢰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진 전재산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정권이 무너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잘못 짚었다. 중산층은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없는 것이 아니다. 부자와 대기업에 세금을 제대로 물리지 않는 것에 대해 화가 난 것이다. 땜질은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 뼈대를 다시 짜야 한다. 공약집은 이렇게 되어 있다.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수입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잠재적 납세자와 수혜자 모두가 참여하여 그 폭과 방법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자신을 포함한 공동의 부담 확대에 기초한 복지사회 구현 논의를 시대적 사명인 국민대통합의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 국민대타협위원회에서 실효성 있는 합의를 도출한다.”

그렇게 하면 된다.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즉시 설치하라.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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