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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30 잠금해제] 청춘들의 모험, 공유 경제 / 김류미

등록 2013-10-20 19:17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 소녀> 저자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 소녀> 저자
최근 눈에 띄는 청년 공동체에 취재를 갔을 때 일이다. 매주 인문학 공부를 꾸준히 해왔다기에, 과거엔 어느 판에서 활동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대답이 뜻밖이었다. “전혀 없어요. 대안 연구공간으로 유명한 곳의 강좌를 잠깐 들었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끈적거리는지 엄청 불편하더라고요.” 우연히 만난 어느 기독교 출판사 대표님.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물어오셨다. 그러고 보니 정말 궁금해졌다. 교회뿐이 아니었다. 정당, 지역 모임, 시민단체, 대안공동체 등 끈적거리는 곳들은 어디나 젊은 사람들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청년들은 어디에 가 있을까?

요즘 인터넷 방송에서는 일반인들이 진행하는 ‘먹방’이 유행이다. 주로 진행자가 자취방 컴퓨터 앞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답을 하는 식이다. 메뉴는 배달 음식인 경우가 많고, 시청자들도 음식을 시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외로운 청춘들은 목소리 대신 타자질로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밥을 먹는다. 이 세대의 특징을 루저와 잉여 감성이라고 한다지만, 그 이전에 존재하는 것은 철저히 ‘파편화된 개인’이다.

그런데 이 개인화를 넘어서려는 시도들이 있다. 소셜다이닝 ‘집밥’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낯선 사람들이 ‘번개’로 모여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주선하는 사이트다. 주최자가 식당과 모임의 목적을 올리면 사람들이 참가 신청을 하고 모여 밥을 먹는데 이 과정을 ‘소셜 다이닝’이라 부른다. 이 방식을 주거에 적용한 사회혁신기업 ‘우주’는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고자 한다. 낡은 주택을 빌려 개조한 뒤 공통의 테마를 가진 입주자들을 받아 함께 ‘하우스셰어’를 할 수 있게 돕는다.

공유의 대상은 확장된다. ‘위즈돔’은 경험 공유 플랫폼으로, 누구나 자신이 아는 ‘사소한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누는 오프라인 모임을 개설할 수 있는 사이트다. 직업, 멘토링, 기술, 업무 스킬 등 모든 것이 공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개설하는 사람은 참가비를 정할 수 있는데 ‘경험이란 교환 가능한 가치’가 되는 셈이다. ‘꿈을 응원하는 정장 공유 서비스’인 ‘열린 옷장’은 잘 입지 않는 정장을 기증받아 면접을 볼 때나 기업 채용 사진을 찍을 때 쓸 수 있도록 대여해준다.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의식주. 우리는 어느 순간 이 기본적인 삶의 요소들을 추구하는 것조차 ‘증명 대상’이 되어버린 세상을 산다. 게다가 이 증명 과정은 대부분의 청춘에는 사치로 여겨진다. 위에 소개한 시도들의 공통점은 대단한 것을 구현하기보다는, 그저 사는 데 필요한 기본 요소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주로 창업의 주체가 청년들이다 보니 자신 세대의 문제를, 기술 기반의 서비스로 해결하면서 투입해야 할 자본 대신 ‘공유 경제’의 방식을 택했다.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 하지 않는가.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음을 어떻게든 확인하고 싶어한다. 매슬로는 ‘사회적 욕구’를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 바로 다음의 3단계 욕구로 정의했다. 왜 청춘들이 각자의 방구석에서 ‘사회적 욕구’를 추구할까. 그것은 오늘의 현실이 원초적인 생리·안전 욕구조차 위협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이 세대가 꿈꾸는 미래가 있다면 그것은 ‘철저한 개인’이 아닌, 그저 지지받고 의지할 수 있는, 덜 밀착된 공동체와 느슨한 연대일 것이다. ‘우리는 망했다’는 수사 대신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계시는지 모든 윗세대들에게 묻고 싶다.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 소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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