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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30 잠금해제] 뉴스에 언제 돈을 내는가 / 김낙호

등록 2013-11-10 19:06수정 2014-01-05 19:04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온라인에서 뉴스를 유료화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여전히 온라인 광고시장은 고정형이든 맞춤형이든 대형 포털사이트 정도의 영업력 없이는 수익성도 내용도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다.(뭇 온라인 기사에 광고대행사가 촘촘히 박아 넣는 수많은 비뇨기과 광고들을 떠올려보자.) 그러니 돈을 내고 우리 물건을 구매하라는 가장 직관적인 모델을 다시 만지작거리게 되는 셈이다. <조선일보>는 프리미엄조선이라는 유료기사 코너를 야심차게 선보였고, 그 전에 언론 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도 미오친구라는 이름으로 일부 섹션 둘레에 유료 방벽(‘페이월’)을 쳤다.

언론사의 온라인 유료화 성공 사례로 자주 꼽히는 매체가 미국의 <뉴욕 타임스>다. 그리고 유료에 걸맞은 고급 콘텐츠라며 손꼽히는 것이 바로 지난해 공개된 ‘스노폴’이라는 기사의 온라인판이다. 눈 폭풍에 조난당한 이들을 다룬 장편 르포 기사를 동영상 인터뷰, 지도 등 다양한 장치와 결합시킨 선진적인 시도였고, 많은 이들이 그 안에 담긴 독서 흐름에 대한 설계 말고 겉모양의 기술적 구현 정도는 열심히 배워갔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독자들은 ‘스노폴’이라는 콘텐츠를 돈 내고 사보는 것이 아니라 ‘스노폴’을 만들 정도로 우수한 언론사이기에 그들이 구독료를 요구할 때 감안을 해본다는 점이다. 고품질 언론이라는 브랜드 인식 위에, 실제로는 유료화를 위해 종이 구독과의 다양한 결합 상품, 구현 기기에 따라서 차등 적용하는 세밀한 무료기사 종량제 등을 총동원해서 유료화의 성공을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왜 독자가 이 언론사에 내 돈을 지불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마케팅만이 아니다. 독자의 관심을 구걸한다면, 독자는 관심이라는 비용을 이미 지불하기에 추가적으로 지갑을 열 의향이 낮다. 그보다 실제로 돈을 지불하고 이용할 가치가 남아 있는 것은, 자신의 관심에 대해서 정보를 적절한 정리를 통해 채워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타임스 토픽’이라는 코너는, 특정 이슈를 키워드 검색하면 기본 설명, 타임라인, 그간 주요 기사와 멀티미디어 자료, 관련 자료 링크 모음 등이 일목요연하게 제시된다. 물론 세부 기사들을 읽기 위해서는 다시금 유료회원 가입을 저울질해야 하고 말이다. 타임스토픽 외에도 사이트 전반에 걸쳐서 개별 기사를 전체 사안에 대한 다른 정보들과 연동시키는 구조를 계속 개선시키며, 선정적 제목에 낚여서가 아니라 사안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키고자 더 많은 기사를 읽도록 유도한다.

독자들의 유료 가입을 요구하면서 언론이 수행하는 사회정의에 호소한다면 소수의 열렬한 지지자만 남는다. 우수한 상품이면 돈을 낼 것이라는 소박한 꿈에 의지한다면, 상품이 아닌 방식으로 같은 소식을 누릴 수 있는 현실에서 도태된다. 뉴욕타임스도 원래 2005년에 처음 뉴스 유료화를 시도했을 때는 바그다드 지사의 운영비를 들며 사회정의 역할 수행에 호소하고, 우수한 필진의 칼럼 위주로 페이월을 세웠다. 하지만 고작 2년도 안 되어 실패를 인정하고 절치부심, 언론사의 당위가 아니라 독자의 필요에 맞추어 재도전한 것이다. 관심이 가는 사안을 더 잘 알아보고 싶다는 필요 말이다.

‘스노폴’ 유사품이 더 많아지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타임스토픽 유사품이 많아지는 것이 독자에게도 언론사에도 서로 이득이 될 것 같다. 멋진 기사 형식도 좋지만, 더 요긴한 것은 자료 참조라는 아주 근본적인 기능에 다시 신경을 좀 할애하는 것이다.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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