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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외상 민주주의’ / 김이택

등록 2013-11-24 19:11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 /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김지하가 ‘타는 목마름으로’를 쓴 1970년대만 해도 ‘민주주의’는 손에 넣기만 하면 모든 것을 이뤄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꿈이었다. 1997년 12월 김대중 후보가 대선 승리 다음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을 약속했을 때는 민주주의가 코앞에 다가온 것 같았다. 그러나 민주정부 10년간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가 따로 놀면서 민주주의 완성의 꿈은 미뤄졌고 정권은 다시 수구보수세력에 넘어갔다.

그로부터 5년여. 이명박 정부가 헤집어놓은 민주주의를 다시 손보겠다던 선거 때 약속은 하나둘 뒤집히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경제민주화’까지 하겠다던 정부가 민주주의의 기둥뿌리마저 흔들어댈 줄은 미처 몰랐다. 노골적인 유신찬양은 물론 역사교과서까지 뜯어고치고 있으니.

이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두 기둥 ‘언론’과 ‘선거’까지 위협받으면서 우리 역사는 전속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언론인들을 내쫓고, 종편을 무더기 허가함으로써 수구보수 편향의 언론 구도를 대못질해 놓았다. 정보기관과 군은 ‘여당 홍보, 야당 음해’의 관권선거를 저지른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린 박근혜 정부는 ‘꼬리 자르기’와 은폐·축소로 여전히 완전범죄를 꿈꾸고 있다.

유시민 전 의원은 2009년에 낸 책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우리 헌법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후불제 헌법이었고,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고 썼다. 쉬운 말로 돈 안 내고 미리 당겨 쓴 ‘외상 민주주의’란 얘기다.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모든 것이 한순간에 거꾸로 돌아가는 걸 보면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사제단이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자 청와대와 여당, 보수언론이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외상값을 다 갚으려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 것인가.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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