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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야권 전멸할 수 있다

등록 2014-01-13 19:08수정 2014-01-14 16:57

김한길 민주당 대표(맨 왼쪽)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해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김한길 민주당 대표(맨 왼쪽)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해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모든 선거에 통용되는 두 가지 원리가 있다. 첫째, 낮은 자세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쪽이 이긴다. 박근혜 대통령이 승리한 2012년 4월 총선, 12월 대선이 그랬다. 둘째, 합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김대중-이회창이 겨룬 1997년 대선이 전형적 사례다. 한쪽은 디제이피(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합쳤고, 다른 쪽은 이인제 후보 출마로 분열했다.

새누리당은 지금 두 가지 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민주당 현역 단체장들이 앞선 것으로 나온 각 언론사 여론조사를 근거로 “총동원”을 외치며 난리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외면하고 정당공천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눈을 부라린다. 역시 선거의 귀신들이다. 야권의 대응은 안이하다. 민주당 일각에는 인지도 조사에 불과한 지금의 여론조사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뿐만 아니다.

“정치혁신으로 경쟁해가면서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한지 여부를 국민의 뜻에 따라 판단하겠다.”(김한길 민주당 대표)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의원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지만 지금은 정치적 입장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다.”(윤여준 새정추 의장)

“국회 의석을 가진 어떤 정당과도 연대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천호선 정의당 대표)

정당해산 위기에 몰린 통합진보당을 제외하고 야권의 세 정파가 지방선거에서 선거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선거연대가 정상적인 정치행태는 아니다. 부작용도 있다. 2012년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선거연대를 한 민주당은 나중에 ‘종북숙주’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러나 착각하면 안 된다. ‘영남-보수-부자’가 손잡은 ‘기득권 정당’의 존재 자체가 이미 엄청난 비정상이다. 그동안 선거연대를 한 정당 간 이념과 노선 차이도 별로 크지 않았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의 ‘진보’와 연대한 것이지, ‘종북’과 연대한 것이 아니다. ‘선거연대 불가론’은 야권의 연대를 차단하기 위해 집권세력이 만든 덫이다. 그런데 야권의 세 정파는 이런 덫에 스스로 발목을 밀어넣고 있다. 최근 신문 만평에는 입을 가리고 웃고 있는 새누리당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정세를 압축하면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20%포인트 정도 앞서고, 야권은 조각조각 분열해 있다”는 것이다. 2006년 5·31 지방선거 지형이 꼭 그랬다. 당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조사한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44.8%, 열린우리당 23.2%, 민주당 15.1%였다.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완승, 열린우리당 완패였다. 광역단체장 16자리 가운데 수도권 3자리를 포함해 무려 12자리를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기초단체장은 더 심했다. 전체 230곳에서 한나라당 155곳, 무소속 29곳, 민주당 20곳, 열린우리당 19곳이었다. 서울은 25개 구청장을 한나라당이 몽땅 쓸어담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말 그대로 전멸했다.

민주당이 2006년의 참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새누리당과의 지지도 격차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안철수 신당 및 진보정당과 선거연대를 추진해야 한다. 김한길 대표가 말한 ‘야권의 재구성’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은 함량 미달의 후보들을 무더기로 공천했다가 새누리당의 장기집권 기반 강화에 기여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기회와 위기는 쌍둥이다. 영호남을 제외하고 민주당, 안철수 신당, 진보정당이 경쟁하는 모든 선거구는 새누리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박원순 시장이 버티고 있는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9년 서거 전 민주당 사람들에게 “민주당이 과감하게 내주더라도 연대를 해야 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간절하게 정치적 유언을 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야합이라고 퍼붓는 비난을 무릅쓰고 선거연대를 했다. 그리고 이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 있다면 지금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까? 궁금하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대두되는 ‘독자론’…야권연대 물 건너 가나 [성한용의 진단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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