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과 우수를 끼고 있는 2월은 눈이 가장 많이 오는 달이다. 눈은 추위가 한창일 때가 아니라 2월 상순이 지나며 알 듯 모를 듯 봄기운이 스며드는 이맘때 가장 많이 온다. 차가운 대륙 고기압 사이로 이따금 남쪽 계열의 바람이 살짝살짝 스치기 때문이다.
눈은 기상 상태에 따라 각설탕·별·기둥·나뭇가지 모양 등의 결정이 되고 함박눈·싸락눈·가루눈·메눈·찰눈·진눈깨비 등으로 나뉜다. 눈은 영하 2도 안팎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양으로 쌓인다. 하지만 2월의 눈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졌다. 이맘때 눈은 습기를 머금고 있어 무게가 대단하다. 50㎡ 넓이의 지붕 위에 1m의 눈이 쌓였다면 그 무게는 15t이나 된다. 눈사태도 많이 일어난다. 스위스에서 눈덩이가 굴러내리는 속도를 측정한 결과 360m 아래 지점에서 시속 320㎞ 이상이었다고 한다. 대도시에서는 1~2㎝의 눈만으로도 도심 기능이 마비되곤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적설량이 많은 편에 속한다. 1년 기준으로 적설량이 가장 많은 곳은 울릉도로 2.94m나 되고, 다음으로 태백산맥 줄기의 산악지방이 2m가량 된다. 강원·경기·충청·호남 지방에서도 많게는 50~70㎝가 온다.
최근 강원과 경북 등 한반도 동해안을 마비시킨 기록적인 폭설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눈 폭탄에 해당한다. 최대 1.2m가 넘게 내린 눈은 산간 마을을 고립시키고 농업시설을 파괴하는 등 큰 피해를 가져왔다. 일본에서도 도쿄에 45년 만에 27㎝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눈은 많이 와도, 적게 와도 걱정이다. 겨울 가뭄은 눈이 적게 내리기 때문에 생긴다. 2018년 제23회 겨울올림픽을 개최하는 평창의 경우 눈이 좀 와줘야 한다. 대회가 열리는 2월9일부터 25일까지 대관령 지역의 2000년대 평균 적설량은 26.9㎝로 1970년대 52.2㎝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적설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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