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평양은 여러모로 다르다. 우선 서울은 국제화한 도시이지만 평양은 여전히 폐쇄적인 성격이 강하다. 인구밀도도 평양은 중국 베이징보다 약간 높은 1500여명에 그치는 반면 서울은 1만7천명에 육박한다. 도시 넓이도 평양(2113㎢)이 서울(605㎢)의 3.5배가량 된다. 평양의 중심지역에는 주체사상탑 등의 상징적인 건축물과 광장이 배치돼 있는 데 비해 서울의 중심부에는 상업적인 고층 건물이 많은 것도 큰 차이다.
하지만 두 도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비슷한 점 역시 많다. 두 도시는 6·25전쟁에서 철저하게 파괴된 뒤에 신속하게 복구됐다. 특히 조선왕조 500여년의 도읍지였던 서울과는 달리 평양은 그때부터 본격적인 사회주의적 계획도시로 재탄생했다. 도시 안에서 지역 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도 공통점이다. 서울은 강남과 강북, 평양은 상징공간과 그 외 지역으로 구분된다. 한강과 대동강이라는 큰 강이 두 도시를 가로지르는 것도 닮았다.
또한 두 도시에는 남북한의 권력과 인적 자원이 집결돼 지나치게 강한 중심성을 형성하고 있다. 남한 인구의 5분의 1이 모여 사는 서울은 남한 전체 생산의 23% 정도를 차지한다. 평양이 북한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가량이지만 공업생산에서는 25%를 담당한다. 이런 집중은 다른 도시의 성장을 방해해왔다. 차상위 도시에 대한 수위 도시의 크기로 표현되는 2도시 지수가 남한은 2.7, 북한은 4.2에 이른다.(<평양이 서울에게, 서울이 평양에게>)
지나친 집중을 억제해야 하는 과제는 남북이 마찬가지다. 특히 지금처럼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는 경우 남한 안에서의 화합은 물론이고 순조로운 통일도 어려워진다. 통합된 국토의 비전은 한반도의 여러 광역경제권이 함께 발전하는 것이어야 한다. 통일은 남북의 역사성을 인정하되 그것을 넘어서는 새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최근 목소리가 커지는 흡수통일론자들처럼 남한은 그대로 두고 북한만 바꾸려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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