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나무는 알고 있다
나무는 보고 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것을 나무는 알고 있다. 하얀 눈송이가 나무 등 뒤에 숨어 있는 것을 나무는 모른 채 바라보고 있다. 큰 나무를 등지고 봄바람을 피한 겨울은 숨을 가쁘게 쉬고 있다. 겨우내 내린 눈도 나무도 서로 의지하고 있다. 계절이 자연에 순응할 줄 아는 것처럼 인간도 자연과 맞서 싸울 것이 아니라 머리 숙일 줄 알아야 한다. 수백 수천년을 살아온 신화적 존재인 나무도 흙냄새, 들풀 향기 타고 날아온 봄바람을 막아줄 순 없다. 겨울은 물이 흘러가듯 봄바람에 밀려난다. 이젠 큰 나무 뒤까지 봄이 바짝 다가왔다. 겨울이 숨을 곳은 없다. 벌써 나무 뒤쪽엔 개불알풀꽃이 돋아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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