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피워보지 못한 자식들까지 물 먹여 죽이는 이 땅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그래도 잠깐 기다려 보자. 대통령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그 말이 어떻게 실천에 옮겨질 것인지. 제 입으로 한 말조차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끝까지 모실지 말지는 그다음에 따져도 늦지 않다.
‘세월호 사건’의 원인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날이 갈수록 그 수가 늘고 있다. 문득 ‘천안함 사태’가 머리에 스친다. 이명박 정부는 여러 까닭을 들먹이면서 ‘천안함 폭침설’을 내세웠다. ‘북’이 ‘상어형 잠수함’으로 ‘어뢰’를 쏘아 ‘천안함’을 두 동강 냈다는 것이었다. ‘북녘’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고, ‘신상철’은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좌초설’을 내세웠다. ‘이종인’도 이 ‘좌초설’을 거들었다. (‘신상철’을 ‘피고’로 하는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웬일인지 끝나지 않고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다. 혹시나 이종인의 ‘다이빙 벨’을 서둘러 받아들이지 않은 데에는 ‘천안함’과 연루되어서가 아닐까.)
‘세월호’가 기울어지기 전에 선체 안에서 ‘쾅’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들이 있다.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낸 소리였다고 하는 ‘의견’이 뒤따랐다. 글쎄다.) 선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한 시간 반이 넘게 아이들이 갇힌 상태에서 구조를 기다렸다. 그사이에 선실 안에 있는 아이들을 구조하려는 어떤 노력도 없었다. 없었을 뿐 아니라 방송과 신문을 통해서 “세월호 탑승자 전원 구조”, “단원고 학생 모두 무사”가 온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다.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었으므로 이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 거짓 정보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어떻게 해서 거의 모든 방송과 일간지가 이 정보에 속을 수 있었을까? 신문 방송에 이 거짓 정보를 흘린 사람이나 단체를 찾아야 한다. ‘일급 살인자’로 ‘수배’해야 한다. 그다음에 그런 ‘허위 정보’를 퍼뜨려서 ‘인명 구제’의 황금 같은 일초일초를 낭비하게 하고 구조의 손길을 가로막은 ‘언론’들을 ‘이급 살인자’로 ‘단죄’해야 한다.
무슨 정보를 어떻게 따로 들은 바 있었는지 맨 먼저 배에서 빠져나온 기관실 사람들, 조타수, 항해사, 선장…… 들은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일급 살인자’들은 아니다. 이들은 기껏해야 ‘삼급 살인자’들일 뿐이다.
그사이에 그 해역 가까이 있었다던 ‘대한민국’ ‘해군’이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해군’은 ‘인명 구조’는 해군의 역할이 아니라고 발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경’ 관할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해경’은 헬리콥터 두 대와 ‘구명보트’ 하나를 띄웠다. (나중에야 그 ‘장비’가 ‘해경’이 인명 구조를 위해 기껏 갖추고 있는 ‘장비’ 모두였다는 말이 나왔다.) 그 장비로 ‘해경’은 미리 빠져나온 ‘선원’들을 모두 무사히 ‘모셨고’, 선실 밖으로 나와 바다에 몸을 던졌던 사람들 가운데 ‘해경’이 헬리콥터와 구명정으로 실어 올린 사람들을 뺀 많은 사람들은 고기잡이배들이 건져 올렸다 한다. ‘구조’의 현장에 ‘해군 함정’들은 보이지 않았다 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하기야 ‘해군’에게 ‘인명 구조’의 책임은 없다. ‘해군’의 임무는 ‘인명 살상’, 더 정확히 말하면 ‘적군’을 잡아 죽이는 일이다. 비록 그 시간에 해군의 훈련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해군’은 훈련 목표에 따라 움직여야 했을 뿐 ‘민간인 구제’는 눈 밖의 일이었을 것이다.
이것도 들은 이야기지만 ‘해군’이 ‘세월호’에 접근해서 줄 하나 매단 공은 있다 한다. 물속을 안방 드나들듯이 자유롭게 누비도록 훈련받은 ‘해군’의 ‘특수요원’들은 왜 줄 하나 달랑 내리는 것을 끝으로 ‘세월호’ 언저리에서 모두 철수했을까. 혹시 그 사람들의 목적은 ‘쿵’ 소리와 연관된 ‘선체’의 이상 여부를 살피는 것이 아니었을까.
대통령의 헝클어진 머릿속에 졸가리를 세워 주는 몫은 누가 맡고 있을까. 대통령의 입에서 ‘국가 개조’라는 말이 나왔다. 무서운 말이다. 그 아버지는 ‘국가 재건’을 위해서 18년 동안 ‘헌신’했다. 그사이에 아내도 잃었고, 마침내 ‘국가 재건’의 재단에 제 몸까지 바쳤다. ‘민주주의의 회생을 위해 독재의 심장에 총을 쏘았다’는 것이 그이가 가장 믿었던 ‘중앙정보부장’이 남긴 말이었다. 아버지가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이루어내려던 ‘국가 재건’보다 훨씬 더 어려울 ‘국가 개조’를 딸은 고작 3년 남짓밖에 남지 않은 ‘재임 기간’에 어떻게 이루어내려고 할까. ‘세월호’ 선장을 ‘일급 살인자’의 덜미를 씌워 목 자르고, 정부의 모든 부처에 똬리튼 ‘관피아’들을 싹쓸이한다고 ‘국가 개조’가 이루어질까. 설마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북녘’과 ‘종북좌파’의 ‘도발’을 빌미 삼아 ‘위수령’을 ‘선포’하고, ‘계엄정국’을 ‘조성’한다고 해서, ‘국가 개조’를 이룰 수 있을까.
언제 어떻게 죽어도 ‘자연사’인 나이에 접어든 늙은이로서 대통령을 다독일 말은 이 말밖에 없다.
“토끼 꼴을 닮은 이 나라를 동강내고,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누게 만든 데 저마다 한몫을 한 저 무서운 짐승들을 믿지 마시오.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저들은 틈만 나면 이 나라를 통째로 홀라당 집어삼키려 드는 ‘맹수’들이오. ‘친미’도 좋고, ‘친일’도 좋소. ‘친중’도, ‘친러’도 좋소. 그러나 사람을 가리시오. ‘오바마’나 ‘아베’나 ‘시진핑’이나 ‘푸틴’이나 그놈이 그놈이오. 제 나라 살리기를 앞세워 다른 나라 사람들을 떼죽음시키더라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전쟁광’들이라는 의심이 드오. 타고난 ‘전쟁광’들은 아닐 것이오. 그 자리에 오르면 ‘권력’에 눈이 멀어 그렇게 바뀌는 것이오. 미국에도 일본에도 러시아에도 중국에도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소. 그 사람들과 가까워질 길을 찾으시오. 그런 ‘친미’, ‘친일’, ‘친중’, ‘친러’라면, 발 벗고 나서시오.
이미 한 말이 있지 않소? ‘비무장지대’(DMZ)에 ‘평화 공원’을 만들어 그곳에서 남누리 북누리 젊은이들이 오순도순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거기에 덧붙여 ‘통일은 대박’이라고도 하지 않았소? 아주 좋은 말을 하셨소. 문제는 실천에 옮기는 일인데, 미·일·중·러를 대표하는 사나운 짐승들 가운데 어느 놈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놈은 없소. 남의 안마당을 차지하고 앉아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전쟁놀음을 벌이고, 걸핏하면 그 탓을 북녘과 남녘에 돌려 형제 사이를 이간질하는 저 무서운 짐승들 송곳니에서 벗어나려면 ‘중립’을 내세우는 수밖에 없소. 경제에서는 이미 중립을 내세워서 성공하고 있지 않소? 이제 한걸음 성큼 더 내디뎌 ‘정치 중립’을 내세우는 것이오. ‘영세 중립, 평화 통일’의 길이 그 길이오. 당장 ‘비무장지대’에 ‘평화 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더 넓혀서 ‘한반도의 비무장지대화’, ‘조선반도의 세계 평화 공원화’를 김정은 북녘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함께 외치시오. 이 길만이 참된 ‘국가 개조’의 길이오.”
이 나라는 몹쓸 나라라고, 안심하고 살 길이 없는 나라라고, ‘해외’로 이민 가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부모들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대대로 물려받아 온 깨끗한 땅, 깨끗한 물, 깨끗한 공기 다 말아먹고도 모자라 꽃도 피워보지 못한 자식들까지 물 먹여 죽이는 이 땅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그래도 잠깐 기다려 보자. 대통령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그 말이 어떻게 실천에 옮겨질 것인지 조금만 더 지켜보자. 제 입으로 한 말조차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끝까지 모실지 말지는 그다음에 따져도 늦지 않다.
윤구병 농부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