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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불필요한 전쟁 / 고명섭

등록 2014-07-06 19:25

“제1차 세계대전은 비극적이고 불필요한 전쟁이었다.” 전쟁사학자 존 키건의 <1차세계대전사> 첫 문장이다. 1000만의 목숨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비극이었고, 전쟁의 끔찍한 결과를 미리 알았더라면 외교적 노력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필요했다는 것이다. 1차 대전은 유럽에 전쟁은 없다는 낙관이 낳은 역설적 참화이기도 했다. 영국 경제학자 노먼 에인절은 1910년 <거대한 환상>에서 국가 간 경제 의존이 유럽의 평화와 풍요의 터전인 이상 아무도 전면전의 파국을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논증했다. 에인절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1914년 6월28일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의 총탄에 숨지고, 한 달 뒤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하자 상황은 일변했다. 도미노 패가 쓰러지듯 러시아-독일-프랑스-영국이 잇따라 전쟁을 선포했다.

1차 대전이 비극인 진짜 이유는 2차 대전을 잉태했다는 데 있다. 서부전선 연락병이었던 히틀러는 패전 뒤 나치당 지도자로 변신해 이렇게 외쳤다. “200만명의 독일인이 헛되이 쓰러졌을 리 없다. 우리는 요구한다, 복수를!” 독일 국민의 원한감정은 20년을 복류하다가 1939년 터져 나왔다. 증오와 살상이 전대미문의 크기로 확대됐다. 2차 대전은 전방과 후방,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은 절멸전쟁이었고, 이데올로기 충돌이 대량학살을 낳은 참혹한 이념전쟁이었다. 5000만명이 목숨을 잃은 인류사 최대의 참사였다. 그 전쟁은 100년 전 어느 날 사라예보의 총성이 불을 붙인 긴 도화선의 끝에서 일어났다.

아베 신조가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꾸었다. 동아시아에 전쟁이 나면 화약고 한반도는 초토가 되고 말 것이다. 경제협력이 커진다고 해서 마음 놓을 수 없다. 1차 대전은 그 방심의 결과였다. 냉철한 외교적 통찰과 국제적 균형감각을 갖춘 정치지도력이 절실한 때이지만, 냉철함도 균형감도 없는 이 나라가 걱정이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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