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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30 잠금해제] 맘 편히 욕할 수 있는 조건 / 공현

등록 2014-07-13 18:36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청소년운동을 하다 보면, 나나 내가 소속된 단체가 전교조랑 가까울 거라는 예단을 당하곤 한다. 실제로 전교조 활동가와 같이 일하거나 만날 일도 잦은 편이다. 하지만 나는 전교조를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에 다른 활동가들과 전교조 욕을 하다가 ‘참꼰대’(참교육+꼰대)라는 조어까지 만들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아마 전교조 조합원들이나 활동가들 역시 나나 청소년운동을 별로 안 좋아하지 않을까.

내가 전교조를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예컨대, 전교조는 공식적으로는 학생인권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조합원들에게 학생인권교육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등에서도 저조한 참여를 보여 왔다. 또 전교조는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 추진 등으로 유명한 ‘아이건강국민연대’라는 연대체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교조 위원장은 그 상임대표까지 맡고 있다. 그밖에도 전교조가 노동조합답지 않게 ‘아이들’ 타령을 하며 헌신적 ‘참교사’의 모습을 내세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교육운동을 할 때도 무책임하게 말만 앞설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전교조가 단지 교사집단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전교조를 좋아할 수 없다. 애초에 교사집단과 청소년·학생집단이 사이가 좋은 것이 비현실적인 일 아닌가? 당장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도 있을뿐더러,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교육 문제에 대해 분명한 이해관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가령 교사들이 사교육에 비해 공교육의 강화를 바란다면 학생들에게는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공부 그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학교운영 참여 등에서도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차이가 지금껏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은 현재 교육제도이든 교육운동이든 청소년·학생들의 이야기가 정당한 비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잘 보이지 않았을 뿐, 그 대립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도 최근에는 전교조 욕을 마음 편히 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의해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내몰리고 고발과 징계를 당하고 있는 탓이다. 말도 안 되는 탄압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모진 말을 더하는 것은 아무래도 켕기는 일이다. 누구는 이 기회에 전교조가 어째야 한다고 ‘훈수’를 두는 것 같지만, 나는 그렇게 오지랖이 넓지는 않다. 정부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그 때문에 해직된 조합원들을 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간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결사의 자유 등을 무시하겠다는 선포나 다름없다. 결국 나도 나의 호불호를 떠나서 법외노조화에 반대하는 입장 발표에 참여했다.

살다 보면 의외로 이런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내가 안 좋아하는 상대더라도, 온당치 않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그 편을 들어줘야 한다. 치사하고 속 좁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차별이나 폭력 등 인권침해를 당하게 된 사람 앞에서는, 일단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태주는 것이 미덕이 된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사상·양심·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들이 대개 그렇고, 여러 차별 사건들도 그럴 때가 많다. 인권침해는 그런 측면에서도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가로막는 효과가 있다. 나는 전교조를 부담 없이 욕할 수도 있고 입장 차이를 가지고 실컷 싸울 수도 있는 세상을 원한다. 부디 정부가 내가 마음 편히 욕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데 좀 기여해주길 바란다.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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