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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디스토피아 / 김지석

등록 2014-07-30 18:27

디스토피아(dystopia)는 유토피아(utopia)의 반대말이다. 유토피아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므로, 디스토피아는 ‘어두운 미래 또는 현실’이 된다.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와 담론에서 디스토피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이엠에프 경제위기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커지는 빈부격차와 취업난,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 해법이 보이지 않는 교육·부동산 문제 등이 그 배경이다. 이제 디스토피아는 소설이나 영화, 게임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려웠지만 앞날에 대해선 낙관적이었던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역동감 있는 문화 콘텐츠가 적지 않았던 것과 대비가 된다.

디스토피아의 내용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개선이 거의 불가능한 억압적인 체제와 관련한 것이다. 국가와 거대자본이 쉽게 떠오르지만 실생활에서 고통을 느끼는 모든 분야가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현대 문명의 비관적인 전망과 연관돼 있다. 기후변화, 유전자 조작, 인공지능, 새 전염병, 외계인의 습격 등이 단골 소재다. 마지막은 인간 자체에 대한 불신과 환멸이다. 이는 앞쪽 둘과 비교해 미시적인 듯하지만, 사회 발전과 문명의 주체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더 근본적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체제 디스토피아’ 정서는 지구촌 어느 나라보다 강해 보인다. 특히 세월호 사건과 이후 해경·청와대·경찰·검찰·정치권 등 각 부문이 보여준 모습은 ‘아이엠에프 이후 체제’의 완결판이라고 할 만하다. ‘인간 디스토피아’ 정서도 부쩍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인사 청문회 후보로 등장하는 기득권층 인사와 고위 관료 등의 일그러진 모습이 주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문명 디스토피아’ 정서 역시 서구 나라들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명량> <군도> 등의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디스토피아 정서가 역사적 영웅에서 탈출구를 찾는 것 같기도 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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