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바이러스는 왜 살까? 많은 사람은 바이러스가 사람을 병들게 하거나 죽게 할 목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보통의 생물과 마찬가지로 종족의 번식을 목표로 한다. 우리가 다른 생물을 먹고 살듯이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에 기생해야 하며, 그 과정에 어쩌다 보니 사람을 비롯한 생물이 병들거나 죽게 되는 것이다. 사람도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곳이나 다른 생물에 사는 바이러스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바이러스와 조우할 때 비로소 관심을 갖는다.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완전 박멸할 수는 없을까? 많은 이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현재의 의학으로는, 아니 미래에도 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이 살되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른바 ‘공존’이다. 우선 사람이 스스로의 면역력을 충분히 키우면 바이러스의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예방접종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계가 어떤 바이러스인지 알고 대비하도록 하면 역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손 등을 잘 씻어 원래는 몸에 살지 않는 종류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항바이러스제를 써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지만, 그 흔한 감기 바이러스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것처럼 효력이 좋은 약은 드물다.
바이러스의 번식 방식을 아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바이러스도 마치 벚꽃이나 목련처럼 한번 확 일어났다가 빠르게 사그라지는 종류가 있고, 무궁화처럼 피고 지고 또 피면서 한꺼번에 번성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살아가는 놈들도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 다른 이들이 사는 영토를 침범하는 것처럼, 평소 기생하지 않던 곳에 도전하는 종도 있다.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거나 혹은 생존을 위해 피해 다니다가 새 서식지를 만나기도 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사람이라는 숙주를 이용해 종의 확장을 꾀하지만, 한꺼번에 피고 마는 종이라 숙주를 죽이고 만다. 마침 공기를 통한 전파도 안 되고 체액이나 분비물, 혈액 등을 직접 만져야 전파된다.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 특정 지역에만 살고 있었고 생존 영역을 확장하지 못했다. 다른 대륙에 사는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1976년 콩고에서 첫 발견이 이뤄졌지만, 40년 가까이 방치된 이유이다.
이런 에볼라 바이러스를 사람이 전면에 등장시켰다. 비행기 등 각종 운송수단이 발달하면서 영토 확장에 관심이 없는 종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자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에볼라 유행 지역이 아닌, 유행국 주변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칫 아프리카 사람 혹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격리당해야 하고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에볼라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곳에서 생겼으면 어땠을까?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지 않았을까? 에볼라에 걸린 환자를 차별하거나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국을 금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았을까?
이미 우리는 한 지역에만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질 수 있는 ‘지구촌’에 살고 있다. 내전과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에볼라에서 구해내는 것이 우리도 그리고 아프리카 사람들도 함께 사는 길이다. 너도나도 무작정 의료지원에 나서라는 얘기는 아니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방비체계를 갖춰 세계가 함께 접근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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