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의 개막식에서 눈길이 쏠리는 순간은 단연 영예로운 수학상의 수상자 발표이다. 기하학 분야의 천상, 응용수학 분야의 가우스상, 수리정보과학 분야의 네반린나상도 있지만, 초점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필즈 메달)이다. 수학자대회에 등록한 학자들이 개막식엔 꼭 참석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필즈상 수상자를 통해 현대 수학의 흐름을 읽고 나누기 위함이라고들 한다. 필즈상 수상자(2~4명)의 연구 업적은 지금 수학이 가는 길을 보여주는 셈이다.
필즈상은 1936년 처음 수여됐지만 탄생은 10년 가까이 걸렸다. 1924년 토론토 수학자대회를 연 캐나다 조직위원장인 존 찰스 필즈가 탁월한 수학 업적을 성취한 수학자한테 금메달을 수여하자고 제안하며 대회를 치르고 남은 2700캐나다달러를 내놓은 게 씨앗이 됐다. 1932년 취리히 대회에 준비 과정을 보고하려던 필즈는 안타깝게도 대회 전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유산까지 내놓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취리히 대회에서 승인된 새 수학상의 이름은 ‘필즈 메달’로 붙여졌다.
메달 앞면의 가운데엔 “유레카”를 외친 고대 그리스 아르키메데스의 얼굴, 그리고 둘레엔 “자기 위로 올라서 세상을 꽉 붙잡아라”라는 라틴어가 새겨졌다. 흥미로운 뒷얘기도 있다. 메달을 디자인한 해인 ‘1933년’을 로마 숫자 MCNXXXⅢ로 새겼는데, 900을 뜻하는 CM이 CN으로 잘못 들어갔다. 우연한 실수는 필즈 메달이 품은 에피소드가 됐다. 뒷면엔 “전세계에서 모인 수학자들이 탁월한 업적에 (상을) 수여한다”는 문구와 함께, 아르키메데스의 업적인 구와 외접 원기둥의 부피비 증명이 그림으로 새겨졌다. 영예의 수상자는 지금까지 52명이다. 동양에선 일본 3명, 중국 1명, 그리고 베트남 1명이 받았다. 올해엔 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상자가 나올지도 큰 관심사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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