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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증언과 증거 / 오철우

등록 2014-10-13 18:39

범죄 수사 드라마가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목격자가 비밀 유리창 너머로 용의자들을 바라보며 범인을 지목하는 모습은 익숙하다. 그런데 목격자의 증언은 언제나 신뢰할 만한가? 목격자의 증언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없을까? 목격자가 자신감을 보일수록 증언의 정확성은 더 높은 걸까? 이런 깐깐한 물음은 법정의 판사한테 중요하지만, 인지심리학 같은 과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관심사다. 기억은 그저 일어난 사건을 그대로 저장했다가 진술을 통해 다시 있는 그대로 표출되는가?

기억이 생각처럼 완벽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인지과학 연구도 나오고, 애초 목격자가 사건을 인지하고 기억을 유지할 때 개입하는 여러 외부 요인을 두고서도 논쟁적인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범인이 흉기를 들고 있다면 범인 얼굴을 기억하기가 더 힘들다는 ‘흉기효과’는 합당한가? 목격 이후에 얻은 사후정보는 어떤 영향을 줄까? 수사관이 은연중에 암시하는 바가 있었다면? 한국심리학회지 등을 검색하면, 이와 관련한 연구물을 쉽게 볼 수 있으니 국내에서도 목격자 증언을 평가하는 절차의 보완·개선 목소리가 있는 듯하다.

최근 미국 국립아카데미의 국립연구위원회(NRC)가 목격자 증언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그 증언을 얼마만큼 어떻게 신뢰해야 하는지를 평가하는 두툼한 보고서 ‘범인 식별하기: 목격자 증언 평가’를 내놓았다. 이 기관은 2009년에 법정에서 다뤄지는 증거와 그 증거를 찾는 법과학의 현황과 문제, 개선안을 담은 보고서 ‘법과학의 강화 방안’을 펴내기도 했다.

무엇이 믿을 만한 증언이며 증거인지 평가하는 일은 배심원 제도가 부분적으로 도입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또한 사회적 논란에서도 증언·증거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제시된 증언·증거를 인용하기에 앞서 그것을 적정하게 평가하는 합리적 절차의 강화 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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