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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십상시 / 이재성

등록 2014-12-02 18:42

전제국가에는 권력을 휘두른 환관이 많았다. 그 시조쯤 되는 인물이 진나라 조고(?~기원전 207)다. 아버지는 죄를 지어 궁형을 당했고, 어머니는 관노가 됐다. 궁에서 태어난 조고는 궁형을 자청해 환관이 됐다. 법가를 중시하는 진시황의 환심을 사려 법을 공부했고, 진시황의 여러 아들 중 호해의 사부가 됐다.

진시황은 강남 순수 길에서 갑자기 쓰러지자 맏아들 부소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호해를 더 사랑했지만 우유부단하고 나약해 황제가 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러나 유서를 전달할 사자를 부르기 직전에 진시황이 죽고 말았다. ‘문고리 권력’인 조고만이 유서 내용을 알았다. 강직한 부소가 황제가 되면 앞날이 위태로울 거라 생각한 그는 유서를 조작해 호해를 황제로 세웠다. 그는 호해를 주지육림에 빠뜨려 놓고 국정을 농단했다.

기고만장한 조고는 황제마저 우롱했다.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말이라고 했다. 호해는 사슴이라고 우겼지만, 주변 대신들도 말이라고 하자 자기 눈을 의심했다.

환관 정치가 시스템으로 뿌리내린 것은 100여년 뒤 한나라의 석현(?~?) 때부터다. 석현은 부유한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어릴 때부터 범죄를 일삼다가 궁형을 받고 환관이 됐다. 교활한 두뇌와 말솜씨로 무능한 황제 원제의 총애를 받았다. 석현은 황제의 신임을 돈독히 하려 ‘궁문 사건’을 꾸몄다. 궁 밖에 볼일이 있다며 나갔다가 일부러 밤늦게 돌아와 문을 열어 달라고 소동을 피웠다. 자신을 탄핵하는 글이 올라오자 석현은 이렇게 굴욕적으로 사느니 차라리 자리를 내놓겠다고 했다. 원제는 석현을 달래려 벌 대신 상을 내렸다.

결국 한나라는 환관과 외척의 권력투쟁으로 망했다. 직접적인 계기가 십상시의 난이다. 무능한 황제 영제를 등에 업은 10여명의 환관들이 황후의 오빠인 대장군 하진을 죽이려다 발각되면서 2000여명이 죽고 죽이는 대참사가 났다. 환관 권력 뒤에는 늘 무능한 군주가 있었다.

이재성 문화부 책지성팀장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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