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잠금해제] 청소년과 ‘성적 자기결정권’ / 공현

청소년들의 성 문화에 대해 호들갑을 떠는 소리를 곧잘 듣게 된다. ‘요즘 애들’에 대한 한탄으로는 새로울 것 없는 레퍼토리이긴 한데, 최근 몇 년 사이엔 학생인권조례나 동성애 차별 문제 등 사회적 이슈와 연관해 좀더 심한 공격을 받고 있다는 인상이다. 전반적으로는 청소년들이 어찌 성에 대한 것까지 권리로 주장할 수 있느냐며, 보수적인 거부감과 편견에 기대어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논리들이다. 몇몇 자극적인 사례를 보이며 청소년들이 이렇게 지금 ‘문란’하다고 하고 청소년들의 첫 성경험 연령이 평균 12.8살이라는 조사를 거론하기도 한다.

일단 이런 호들갑은 어느 정도 과장된 것이다. 예컨대 청소년의 첫 성경험 연령에 대한 조사결과는, 실은 성경험이 있다고 답한 약 5%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낸 평균이다. 해당 조사에서 대다수인 95%는 아직 성경험을 해보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로 현재 10대인 특정 세대의 평균 첫 성교 경험 연령을 추적 조사한다면 스무살 이상이 될 가능성도 꽤 높으리라. 내가 만나본 경험으로는 적지 않은 청소년들은 성에 관해 경험도 별로 없고 두려워하거나 방어적인 경우도 많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라. 청소년들의 성 문화나 의식 등은, 자연스럽게도 우리 사회 전체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어떤 관점에선 불행한 일이지만 말이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한국 청소년들이 부딪히는 성에 대한 규제와 금기 아닐까? 팔짱만 껴도 처벌하는 학교들도 아직 비일비재하고, 청소년들은 콘돔 하나를 사려고 해도 포털사이트나 약국, 편의점 등에서 거부당하기도 한다. 성소수자에 관한 표현이나 행사도 규제를 당한다. 청소년의 성을 쉬쉬하고 억압하려고 하는 이런 모습은 참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청소년의 성(性)적 자기결정권을 자의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들을 일종의 ‘성범죄’로 규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이미 인권으로 공인되어 있다. 헌법재판소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기본권 중 하나임을 인정한 게 20여년 전이다. 사람답게 사는 데 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판단이다. 청소년도 인간임을 인정한다면, 청소년에게 이러한 권리가 있다는 것 역시 전제해야 한다. 일단 ‘섹스할 권리’를 비롯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하나의 인권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그것을 잘 보장하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또는 어쩔 수 없이 제한이 필요한 부분이 혹시 있는지 등을 논의해볼 수가 있다. 청소년 ‘보호’를 외치다가 정작 인정과 존중을 빼먹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볼 수도 있다. 무조건 ‘어린 것들’은 안 된다는 식의 태도를 벗어나서 말이다.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청소년의 섹스할 권리 등 성적 권리를 이야기하면 대개 “너희가 뭘 아느냐”, “임신이라도 하면 책임질 수 있느냐”란 비난이 돌아오곤 한다. 그러나 성적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은, 성에 대해 잘 알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교육의 기회를 만들자는 뜻이기도 하며, 임신을 하게 되면 그에 관한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고 지원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유와 인권은 개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지 그 방향과 기준의 문제다.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비난하고 두려워하는 사회보다는, 누구든 평등하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좀더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더 자유롭고 좋은 사회일 것이다.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