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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30 잠금해제] ‘나이 갑질’을 넘어 ‘나이 평등’ / 공현

등록 2015-03-01 19:44

매년 대학생들 사이에서의 ‘군기 잡기’가 이슈가 되곤 한다. 소수의 기괴한 사례들이 아니더라도 선후배 간의 폭력이나 차별, 통제 등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나도 고등학교에서 선배들이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따위의 이유로 ‘단체기합’ 등을 가하려 했던 경험이 있다. 군사주의와 권위주의적인 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나이나 학년에 따라 계급과 서열을 짓는 구조가 있다. 학교 밖에서도,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무례나 무시를 당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이런 것에 ‘나이 갑질’이라는 이름을 붙여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갑질 사건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그 갑질의 배경인 상하관계 자체는 당연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갑질 문제가 갑을관계 자체를 교정해야 해결될 수 있듯이, 나이 갑질 역시 나이 위계 그리고 ‘나이주의’ 자체를 교정해야 없어질 수 있다. 또한 무리한 나이 갑질의 배경에는 “개념 없는 요즘 애들”에게 나이 위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이 있으며, 역으로 나이 갑질에 대한 반감이 노인 혐오의 심정적 근거가 되기도 하기에, 서로가 서로를 낳는 편견의 고리를 끊을 필요도 있다.

나이주의는 감각의 문제다. “나이 많으니까 편하게 말해도 되지?”라는 말 속의 편하다는 것은 나이주의 속에서 학습된 감각이다. 반면 “서로 편하게 존댓말 하시죠”란 대꾸 속의 편하다는 것은 나이주의 속에선 불편하게 느껴진다. 나이 많은 사람이 하급자로 있는 것을 껄끄러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한 나이주의는 국가와 경제 논리의 문제다. 어릴 때는 학생답게 학교에 다니고, 젊을 때는 결혼하고 일을 하고, 늙어서는 퇴직하는 흐름을 규범으로 만든다. 경제활동을 하는 인적 자원을 강조하면서, 노인은 평가절하되고 청소년은 투자를 받는 예비 인재 취급을 받는다. 그러므로 나이주의와 맞서는 일은, 교육체제나 경제구조를 건드리는 문제면서 동시에 지배적인 감각을 바꾸기 위한 일상의 싸움이기도 하다.

청소년이 ‘미성숙’하고 나이 들수록 성숙해진다는 관념, 비청소년과 청소년 사이의 상하관계 등은 나이주의를 이루는 원형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동안 나이주의의 문제로 가장 많이 다루어진 것은 고령에 대한 차별이었고, 그밖에는 나이에 따라 어떤 규범이나 이미지를 요구하는 것 정도가 거론되곤 했다. 연소자에 대한 차별, 특히 아동이나 청소년에 관한 문제는 별다른 비중을 갖지 못했다. 이 부분을 포함해 나이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 전체적으로 보고 다듬을 필요가 있다. 나이주의는 사회재생산과 교육·노동·복지 등이 얽힌 사회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의식 위에서 근본적인 나이 평등을 지향하는 실천이 가능해질 것이다. 성별이나 장애에 따른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을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나이가 많아도 초면에 존대하는 사람은 좋게 보라”는 조언이 많은 추천을 받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나이 갑질 사건들이 문제로 지적되는 걸 보더라도 과거에 비해 나이 위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점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듯싶다. 그래도 아직 본격적으로 나이 평등을 말하는 것은 낯선 일이고 거부감을 사기 십상이다. 최근 ‘세대론’이 남발되는 것이 보이는데, 그보다는 보편적인 차원에서 나이주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건드리는 게 좀 더 영양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나이가 차별이나 억압의 이유가 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고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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