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욥기 41장이 묘사하는 리바이어던은 동양의 용과 흡사하다. “입은 불길을 뿜”고, “즐비한 비늘”은 “투창이나 화살촉”도 꽂히지 않는다.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국가를 리바이어던에 비유한 이유는 개인의 생명과 행복을 지켜주는 강력한 “인조인간”으로서 국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홉스가 1651년 출간한 <리바이어던>(Leviathan) 표지에는 왕관을 쓴 거인이 오른손에는 권력을 상징하는 칼을, 왼손에는 종교적 권위를 상징하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거인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작은 사람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계약론의 선구자로서 국가를 개인들의 합의와 계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한 홉스의 생각을 잘 표현한 그림이다. 홉스는 국가를 “라틴어로 키비타스(civitas)”라고 한다며 시민들의 공동체임을 분명히 했다.
홉스는 나중에 <베헤모스>(Behemoth)라는 책도 썼다. 영국 시민(명예)혁명 전후의 역사를 대화체로 기록한 것이다. 베헤모스 역시 욥기 40장에 나오는 괴물인데, 거대한 하마를 연상케 한다. 홉스의 정치적 은유에서 베헤모스는 무정부 상태, 반란을 상징한다. 개별성을 나타내는 베헤모스가 강하면 인간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전락한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러시아 영화 <리바이어던>은 탐욕스러운 시장(市長)에게 집을 빼앗기게 된 한 사내가 처절히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에서 국가는 개인의 생명과 행복을 지켜주는 존재가 아니라 빼앗고 파괴하는 진격의 거인 같은 존재다. 동서를 막론하고 리바이어던은 더 이상 홉스가 생각했던 정의의 수호자가 아니다. 세월호 사건처럼 필요할 때 부재하던 국가는 용산참사나 종북몰이처럼 국민을 먹어치울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리바이어던이 타락하면 잠자던 베헤모스가 눈을 뜰 것이다.
이재성 문화부 책지성팀장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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