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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자동화세 / 최우성

등록 2015-03-15 18:45

1914년 1월5일. 헨리 포드가 급작스레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의 입에선 노동자들의 일당을 2.34달러에서 5달러로 올린다는 얘기가 튀어나왔다. 포드의 전격적인 조처의 배경을 두고선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당시 미국 제조업 노동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세기 초 미국 중후장대 제조업 분야의 노동력 구성은 복잡했다. 1914년 말 기준으로, 포드 공장 노동자의 출신국별 구성은 폴란드계 21%, 러시아계 16%, 루마니아계 6%, 이탈리아계 5%, 독일계 5% 등이었다. 이직률은 매우 높았고 공장 안은 무질서했다. 한 해 전인 1913년, 디트로이트 근교의 하일랜드파크 공장에 처음 컨베이어벨트가 들어선 배경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힘든 다국적 노동자들의 작업 규율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임금 인상이었으나, 파장은 엄청났다. 컨베이어벨트에 종속된 ‘노동기계’들이 자신들이 만든 티모델의 ‘고객’으로 재탄생한 것. 연구자들은 구매력이라는 날개를 단 노동계급의 등장이 20세기 내내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과 자본의 ‘동거’가 시작됐음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100년이 흐른 지금, 공장 안 풍경은 크게 변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제3의 존재’의 대거 등장이 아닐까 싶다. 첨단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21세기 생산 환경은 자본과 노동의 동거 기반을 빠르게 허물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간과 기계의 전쟁의 막이 올랐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세계적인 로봇 권위자인 앨런 윈필드 영국 브리스틀대학 교수는 ‘자동화세’(Automation Tax) 도입을 제안했다. 자동화세 도입이 올바른 해법이 아닐지도 모르고,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막을 수도 없다. 다만, 포드의 ‘실험’은 100년 뒤의 세상에도 한가지 교훈만은 분명히 일깨워주고 있다. 구매력이 무너진 사회는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로봇이 제품을 만들어낼 수는 있을지언정, 소비는 온전히 인간의 몫이다.

최우성 논설위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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