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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가지꽃나무 / 김지석

등록 2015-04-01 19:26수정 2015-04-06 11:24

“함박꽃은 함박 웃는다/ 별꽃은 작게 웃는다/ 엄마꽃은 활짝 웃는다”

유희윤 시인이 쓴 ‘꽃’이라는 시다. 천천히 읽다 보면 마음이 저절로 푸근해진다.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영춘화가 따로 있긴 하지만, 지금 피는 꽃들은 모두 ‘봄을 맞는다’는 뜻에서 영춘화라고 할 수 있다. 영어에도 ‘봄빛을 알리는 식물’(vernal plant)이라는 표현이 있다.

꽃은 한글로 간행된 첫 책인 <용비어천가>(1447)에 ‘곶’으로 나온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라는 구절이 그것이다. 여기서 꽃은 성취를 상징한다. 꽃은 신비스러운 힘을 가진 매체이기도 하다. “내 이 꽃을 바치리니 원하건대 내 평생 그대의 각시가 되고 싶다”라는 <월인석보>(1459)의 표현이 그런 예다. 이 책에는 꽃이 ‘곳’으로도 적혀 있다. 꽃이라는 표기가 등장하는 것은 18세기 이후다.

억울하게 대접받는 꽃도 있다. 대표적인 봄꽃 가운데 하나인 개나리가 그렇다. 식물 이름에서 ‘개’라는 접두어는 ‘먹지 못하는’ ‘질이 떨어지는’ ‘비슷하지만 진짜가 아닌’ 따위의 뜻을 갖는다. 그래서 흔히 개나리는 ‘사이비 (참)나리’로 간주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개나리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온다. 들과 산에 자생하는 백합(나리) 종류를 통칭해 개나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백합에는 ‘참나리’라는 이름이 붙고 전혀 다른 나무가 개나리가 돼버렸다. 식민지배의 폐해가 꽃 이름에도 배어 있는 셈이다.

참나리와 개나리는 비슷한 점이 거의 없다. 우선 참나리는 풀이고 개나리는 나무다. 참나리는 백합과인 반면 개나리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한다. 꽃 모양과 색깔, 피는 시기도 다르다. 개나리는 빙하기를 겪지 않아 진화 역사가 긴 우리나라에서 오래 생명을 이어온 종의 하나다. 당연히 고유 이름이 있다. 김종원 계명대 교수는 이제라도 개나리를 옛 이름인 ‘가지꽃나무’나 ‘가지꽃’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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