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는 미국 텍사스 주의 또 다른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텍사스를 상징하는 주 깃발에도 별 하나가 덩그러니 그려져 있다. 애초 멕시코 땅이었던 텍사스가 미국 영토로 편입되는 과정엔 폭력과 학살, 전쟁이 난무했다. 미국인들이 멕시코 정부의 허락을 얻어 텍사스 땅으로 처음 이주한 게 1821년이다. 그로부터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텍사스에선 목화를 재배하는 미국인의 수가 멕시코인 수를 웃돌게 됐다. 이쯤 되자 이들 이주 백인들은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며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텍사스 거주 미국인들은 독립 후 땅을 나눠주겠다며 당시 미합중국 국민들에게 전쟁 채권을 엄청나게 팔기도 했다. 결국 승리는 멕시코 대통령까지 생포한 미국 이주민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독립 후 미합중국에 편입하려던 독립공화국의 희망이 곧장 이뤄진 건 아니다. 당시 노예제 찬성과 반대로 갈린 주 숫자의 균형이 깨질 것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텍사스의 편입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기 때문이다. ‘외로운 별’이 그려진 깃발이 등장한 배경이다.
오래전 남의 나라 역사에 등장했던 론스타란 이름은 지난 10여년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뜨거운 감자’ 그 자체였다.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설립된 사모펀드 론스타는 벨기에에 세운 6개 자회사(서류상 회사)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스타타워, 극동건설을 손에 쥐더니 2003년엔 외환은행까지 인수했다. 먹성 좋게 멕시코 땅을 장악해가던 그들 선조의 역사가 우리 땅에서 고스란히 재현된 셈이다.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떠난 론스타가 뒤늦게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소송 1차 심리가 24일 끝났다. 벨기에에 적을 둔 서류상 회사가 소송 자격을 가지느냐, 그리고 한국 정부의 차별대우로 론스타가 실질적 손해를 입었느냐 등이 핵심 쟁점이다. 소송 규모만 5조원에 이른다. 결과를 쉽사리 예단하기는 힘드나 악연은 오래 계속될 것 같다.
최우성 논설위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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