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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한겨레통일문화상에 대한 오해’에 답함 / 박창식

등록 2015-07-19 18:38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신은미씨와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를 올해의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는데 특히 신씨 선정을 두고 일부 보수 단체들이 비판하고 있다. 엊그제는 <조선일보> 기자가 칼럼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신씨의 활동 내용과 선정 과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신씨는 5·24 조처로 남한 주민의 방북이 차단된 시기에 미국 시민권자로서 북한을 여행하고 관찰기를 언론에 연재했다. 강연, 인터뷰, 언론 기고를 활발히 하다가 2014년 11월 통일콘서트에 참가한 일로 고발당해 조사받고 강제출국을 당한 상태다.

신씨의 활동은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여행기에 압축되어 있는데,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의 일상과 정서를 잘 전달한 점이 눈길을 끈다. 신씨 자신이 어린 시절 반공교육의 영향으로 북한 사람들은 슬픔도 기쁨도 사랑도 인정도 웃음도 모르는, 그저 빨간 깃발 아래 총부리를 겨누며 행진하는 로봇 집단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몇차례 여행을 통해 북한 사람들이 비록 가난하지만 남한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소박한 정서를 갖고 있음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소개에 나섰다. 남북 사이에 민족 동질성의 존재를 일깨운 것이다.

여행기는 북한의 변화에 대한 약간의 정보도 제공했다. 가령 북한에 중국, 유럽 관광객이 밀려들고 휴대전화가 대량 보급되며, 무역과 상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구매력을 갖춘 계층이 형성되었다는 점들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한국인의 방북이 차단된 지난 몇해 많은 외국인들의 북한 관찰 결과와 대부분 일치했다.

신씨는 북한의 어렵고 경직된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았다. 여행기에서 북한 사람들은 가난했고, 동원국가 분위기를 풍겼다. 여행 경로는 호텔과 관광지가 많았고 안내원이 동행하는 제약이 있었다. 북한의 전체 모습을 대변한다고 말하지 않았고 그렇게 오해될 여지도 별로 없었다. 여행기를 읽어보면 자명했다.

2013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씨의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했다. 2013년 9월 통일부는 북한 실정을 알리는 홍보 다큐멘터리에 신씨를 주요 출연자로 썼다. <문화방송>(MBC) 통일전망대, <엠비엔>(MBN), <뉴시스>, <뉴스Y>, <미주 중앙일보> 등 많은 언론이 신씨를 인터뷰했고 2014년 10월 한국기자협회 등 세 언론단체가 신씨한테 통일언론상 특별상을 수여했다. 이 모두가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신씨와 같은 활동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 아니겠는가. 검증은 말할 것도 없고. 한겨레통일문화상 선정도 맥락은 같았다.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를 복수로 선정한 것은 두 단체와 개인이 5·24 조치의 비현실성을 일깨우는 측면을 고려해서였다.

보수단체들은 신씨가 통일콘서트에 참여했다가 ‘종북’ 혐의로 수사를 받고 강제출국 당한 점을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다. 신씨가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말했다고 고발된 대목은 검경 수사를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되었다. 당국은 국가보안법으로 신씨를 조사했지만 처벌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출입국관리법을 적용했다. 강연료를 2차례 받아 입국 목적을 어겼다는 건데, 이런 식이라면 국내 행사에서 특강을 하고 사례비를 받는 외국 석학들도 모두 걸린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점을 우려해왔다”고 신씨에 대한 정부의 처사가 지나침을 지적했다.

박창식 논설위원 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
박창식 논설위원 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
최근에는 조선일보가 통일과 나눔 재단을 만들어 북한 돕기를 하겠다고 나섰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통일사업을 하려면 무엇보다 북한 동포의 생각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하는 게 좋겠다. 아울러 남북이든 남남이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갖춰나가는 게 필요할 것이다.

박창식 논설위원 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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