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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무용한 선물

등록 2015-07-29 18:40

근사한 디퓨저를 선물로 받았다. 아름답고 무용한 걸 선물로 주고 싶었다는 쪽지와 함께. 갖고 싶기는 하지만 굳이 구입을 한 적은 없는 걸 선물로 받을 때면, 바라던 것이지만 바라는 마음만 품고 있었던 걸 소유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작은 소원 하나가 도착한 느낌이 든다. 며칠 전에는 친구가 되기 시작한 사람에게 피규어와 향초와 꽃차를 선물로 내밀며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쓸모없는 것들만 모아 상자에 담을 때에는, 취향을 알 수가 없으니 쓸모 있는 선물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쓸모없는 선물을 줄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었단 생각이 든다. 취향을 너무도 잘 알고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아는, 그만큼 가장 가까운 부모와 형제에겐 언제나 현금을 선물한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막역하다는 것이 이럴 때만큼은 참으로 운치가 없다. 누군가를 아주 잘 알게 된다는 것은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라는 걸 알게 된다는 뜻이 되어버리는 것 같으니까. 현금을 선물로 받길 원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어쩐지 주는 내 마음이 서운하게 느껴지던 시절에는, 지폐 몇 장으로 종이접기를 시도해서 부모님께 드려본 적도 있다. 상자를 열었을 때 재미있어하는 표정이 보고 싶어서였다. 열 살이 된 나의 조카는 가족끼리 오가는 선물이 현금이라는 걸 알아채고서, 지난 설날에 내게 오만원권 지폐를 선물로 주었다. 연필과 색연필로 감쪽같을 정도로 세밀하게 그린 위조지폐였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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