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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청년배당 / 최우성

등록 2015-09-30 18:34

20세기 전반부에 활동했던 클리퍼드 휴(C. H.) 더글러스라는 영국의 사회개혁가가 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전기회사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철도 및 항공회사 등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후세까지 남은 건 독특한 경제이론 덕택이다. 엔지니어이면서도 유독 분배정의 문제에 관심을 쏟았던 더글러스는 최종생산물이 토지와 자본, 노동(력) 소유자에게 공정하게 배분된다는 당대의 신념체계에 강한 의문을 던졌다. 예컨대, 한 사회에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지식이나 자연자원 등 ‘공유재’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글러스의 작은 의문은 1920년대 캐나다 일부 주에서 ‘국민배당’이라는 이름으로 빛을 봤다. 사회 구성원이라면 일자리나 소득의 유무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소득을 누릴 기본권(배당)을 지닌다는 게 메시지였다. 대공황으로 인해 서구 자본주의 나라들이 일제히 구매력(유효수요) 부족에 시달리자, 그의 삐딱한 경제이론은 한껏 위세를 떨쳤다. 더글러스의 국민배당 개념은 훗날 다양한 형태의 기본소득 이론으로 되살아나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가 청년기본권 보장을 위한 ‘청년배당 지급 조례안’을 전국 최초로 입법예고했다. 성남시에 3년 이상 살고 있는 만 19~24살 남녀에게 1인당 분기별 25만원 이내의 청년배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시의회 관문을 통과해야 하므로 섣불리 미래를 낙관할 건 못 된다. 청년배당이라는 이름에서 무작정 포퓰리즘적 무상복지의 변종부터 떠올리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의 한정된 재원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사안이기에 논란이 따르기 마련이고, 무엇보다 이런 식의 기본소득이 과연 ‘대안’으로 얼마만큼 유효한지도 의문이다. 다만, 생활임금이나 청년배당 등 우리 주변에서 지자체 단위의 새로운 분배 실험들이 끊이지 않는 건 반갑다. 우리 사회가 구매력 부족의 늪에 빠져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빛바랜 기본권의 가치를 되살리는 소중한 기회로 삼을 만해서다.

최우성 논설위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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