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공화정 시대 고위 관직 중에 콰이스토르와 켄소르가 있었다. 둘 다 우리말로 재무관으로 번역되곤 한다. 하지만 담당 업무의 성격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콰이스토르가 단순한 회계 관리를 맡은 데 반해, 켄소르의 업무는 조사 쪽에 무게가 더 실렸다. 선거나 군역, 조세 행정을 위해선 인구조사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켄소르가 바로 그 일을 담당했다. 특히 켄소르는 로마 시민들의 재정상태 전반을 조사할 뿐 아니라 자신의 재정상태를 정직하게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직권으로 고발할 수 있는 막강한 권리도 함께 지녔다. 말하자면 재무와 감찰 업무를 겸한 셈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 안에 살고 있는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인구조사는 아주 중요한 국가 업무였다.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도 피라미드 건설의 기초작업으로 인구조사를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현대적 의미의 인구 관련 조사를 뜻하는 센서스란 단어는 바로 로마시대의 관직 켄소르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통계청이 5년에 한차례씩 실시하는 인구총조사(센서스)가 지난 24일 시작됐다. 이달 31일까지는 인터넷조사(등록조사)를 하고, 새달 1~15일엔 조사원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면접조사를 한다. 2010년에 이어 5년 만에 진행되는 이번 센서스는 전체 인구의 20%인 약 1000만명을 추려 표본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정책 수립의 토대가 되는 기초 정보를 얻는 센서스는 흔히 ‘통계 중의 통계’라 불린다. 중요성 면에서 다른 조사와는 비할 바 못 된다.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도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올해 조사 항목은 모두 52개인데, 이름, 성별 등 기본 항목 이외에 경력 단절 여부, 자녀 출산 시기, 결혼 전 취업 여부 등도 새로 포함됐다. 가정에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전화기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묻던 옛 시절에 비하면 세상이 많이 달라지긴 했다.
최우성 논설위원 morg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