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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지방환자 대 해외환자 / 김양중

등록 2015-10-27 18:49

지난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4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를 보는 순간 벌써 몇년째 계속되는 기시감에 짜증이 났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기자로서 뭐 했나 하는 생각에 낙담과 반성이 교차하기도 했다. 벌써 수년 동안 한참 꼬인 의료체계가 그대로 있거나 악화되고 있었다.

지방의 의료현장은 퇴락해 가고, 서울 등 대도시로만 의사와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은 여전했다. 우선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가 지역별로 차이가 많았다. 서울을 포함해 광주·대전 등 대도시에는 의사 수가 평균보다 많았고, 반대로 경북 등 지방에는 의사 수가 적었다. 지방환자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환자 쏠림 현상도 여전했다. 서울에 있는 병원들에서 진료한 환자 3명 가운데 1명은 지방환자들이었다.

왜 지방의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대도시보다 적을까? 대학 때 같이 공부했던 동기 한명은 서울에서 먼 지방병원을 찾아 일한다. 우선 서울보다 월급이 2~3배 많으며, 병원에서 아파트 임대 비용도 지원하는 등 대우도 좋다고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라 주중에는 진료 뒤 가까운 곳이라도 다니고, 주말에는 서울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했다.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아 한 환자당 진료하는 시간도 충분하고, 스스로도 노동강도가 높지 않아서 지방이 좋다고 했다. 이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지방에서 일하자고 권했더니, 그래도 서울이 낫다며 버티고 있다고 했다.

고향 친구인 한 간호사는 지방 국립대 간호학과를 나왔지만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일한다. 지방에 있는 병원보다 월급도 많고 힘도 덜 든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의 간호인력이 지방 중소병원보다 많기 때문에 그나마 노동강도가 덜하기 때문이다. 간호대학을 졸업할 때쯤 되면 모두들 서울의 큰 대형병원에 원서를 낸다고 했다.

이처럼 지방에 의사와 간호사가 대도시에 견줘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상은 벌써 십수년째 악화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가 이유는 다르지만 대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 살다가 병을 앓는 환자들은 의료서비스의 질이 더 나은 서울 등 대도시를 찾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환자들에게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서울 환자들도 피해를 입는다.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에 몰리다보니 자연스레 진료 예약이 늦어지고 또 진료를 받아도 매우 짧은 시간만 의사 얼굴을 볼 수 있어 제대로 질문도 하지 못하고 나온다. 이런 상황이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가 이를 해결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정부는 의료인력의 편중 현상은 외면하면서 오히려 해외환자를 국내에 유치할 생각에 여념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초 대국민담화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2009년부터 5년 동안 약 63만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해 총 1조원의 진료비 수입을 올렸고, 2017년까지 150만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하면 2만8천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홍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년 보건의료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2명으로 회원국 평균 3.3명보다 1.1명이 적고 순위도 최하위권이다.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도 우리나라가 5.2명으로 회원국 평균 9.1명보다 크게 적다. 다른 나라에 견줘 적은 수의 의료진이 대도시에 편중돼 있고 그나마도 돈을 벌기 위해 해외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방환자들의 서울행 불편을 외면하면서 지역의 균등발전을 말할 수 있을까?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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