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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겨울나기

등록 2015-11-25 18:43

김소연 시인
김소연 시인
난방비를 아끼려고 부모님은 뽁뽁이를 사다 창문에 붙이고 싶다 하셨다. 실내온도를 조금이나마 높여준다는 뉴스를 보셨다고 했다. 뽁뽁이를 붙이고 나니, 창문 바깥 풍경이 사라져버렸다. 풍경을 헌납하고 절약을 선택했다. 분무기로 창문에 물을 뿜으며, 옛날에는 외풍 때문에 창문에 비닐을 덧대곤 했더랬는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옛날에는 비닐로 밀봉한 창문 때문에 환기까지 포기했다. 집 안 구석구석, 찬바람이 솔솔 들어왔던 시절이니, 외풍이 곧 환기였다. 그 시절의 겨울은, 거리엔 군고구마나 붕어빵 같은 노점상들이 생겼고, 집 안 한가운데엔 석유난로나 연탄난로가 있었다. 난로 위엔 양철 주전자를 올려두었고, 생강차 같은 것을 끓였다. 주전자의 주둥이로 나오는 수증기로 집 안의 건조함을 다스렸다. 무엇보다 아랫목으로 옹기종기 가족들이 모여들었다. 아랫목에 항상 깔아둔 두툼한 솜이불 아래에 발을 넣고 손을 넣었다. 밥이 그득한 밥통이 이불 아래 가장 따뜻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장판은 유독 아랫목만 노릇노릇하게 구워졌다. 연탄을 갈러 누가 추운 바깥으로 나가야 할지 형제들은 가위바위보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기담요가 아랫목을 대신한다. 단열도구로 방한텐트까지 등장했다. 단속 때문일 테지만, 노점상도 사라져간다. 아랫목이 사라지는 것 같다. 한때 겨울에도 집 안에선 반팔을 입는 게 풍속도였는데, 올겨울은 그런 사람은 적어졌으면 좋겠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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