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올해의 책

등록 2015-12-21 18:40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일을 맡았다. 다른 사람들이 선정한 책들 중에서 한두 권의 책을 다시 골라야 했다. 추천된 책들을 다시 읽어보아도 고르고 싶은 책이 없었다. 어떤 과학책은 나 같은 문외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루되어 있는 현상들을 읽기 쉽게 다루었다. 읽기 쉽게 다루었다는 점 때문에 그 책은 올해의 책이 될 만큼 가치 있다 판단되지 않았다. 복잡하더라도, 복잡하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것들을 감당하는 책이 더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떤 인문학 책은 모두가 존경할 만한, 이미 저자 자체가 숭배의 대상이 된 책이었다. 좌담 혹은 대담, 여기저기에 기고했던 짤막한 산문들을 끌어모은 책이었다. 저자의 모든 발언을 경청하고 싶어 일찌감치 읽어둔 책이지만, 올해의 책으로 꼽자니 망설여졌다. 일정한 주제로 기획되고 연구된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꼽고 싶은 책은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우선 읽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학술서적처럼 고루한 문장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다. 정확한 논리를 단호한 문체로 차근차근 펼친다. 우리가 상실해버린 가장 값진 근본에 도달해 이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제 와서 이 책을 추천한다 말해도 되는 걸까. 그래서는 안 된다. 여태껏 유지해온 선정작업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일 것이다. 올해의 책이라고 동의할 수 없는 책을 고르는 일 또한 나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어째야 할까.

김소연 시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나의 완벽한 상사 [세상읽기] 1.

나의 완벽한 상사 [세상읽기]

공교육에 부적합한 AI 교과서, 세금으로 무상보급 웬 말인가 [왜냐면] 2.

공교육에 부적합한 AI 교과서, 세금으로 무상보급 웬 말인가 [왜냐면]

최상목 ‘마은혁 임명’ 불복 땐 직무유기 [2월4일 뉴스뷰리핑] 3.

최상목 ‘마은혁 임명’ 불복 땐 직무유기 [2월4일 뉴스뷰리핑]

[사설] 이재용 항소심도 전부 무죄, 검찰 수사 실패 돌아봐야 4.

[사설] 이재용 항소심도 전부 무죄, 검찰 수사 실패 돌아봐야

나르시시스트 지도자 손절하기 [뉴스룸에서] 5.

나르시시스트 지도자 손절하기 [뉴스룸에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