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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세한, 가짜 송백 / 김지석

등록 2016-01-03 18:46

세(歲)는 ‘해’를 뜻한다. ‘개 술(戌)’ 자와 ‘걸음 보(步)’ 자가 합쳐진 꼴이다. ‘술’은 애초 긴 자루(戈)와 넓은 날이 있는 도끼의 모양을 표현했다고 한다. 시간을 자른 것이 해이니 앞뒤가 맞는다. 해는 걸음을 걷듯이 끝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새해 첫날은 ‘설’이고 세밑·세모·설밑은 모두 ‘한 해의 끝’이다. ‘설날에 버금가는 날’인 아세(亞歲)는 동지를 일컫는다. 세는 태세(太歲)이기도 하다. 태세는 태양계의 가장 큰 별인 목성이다. 고대에는 눈에 잘 띄는 목성을 기준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제문 첫머리의 유세차(維歲次)는 태세의 순서를 신에게 알리는 표현이다.

한(寒)이라는 글자는 집 안에서 얼음 위에 사람(人)이 서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무척 추울 수밖에 없다. ‘세’ 자와 합친 ‘세한’은 ‘새해(설) 전후의 추위’, 곧 한겨울의 추위다.

세한은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그림의 제목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세한도>를 그렸다. 소박한 한 채의 집 좌우로 소나무와 잣나무 몇 그루가 서 있다. 단순한 구도지만 격조가 있고 느낌이 강렬하다. 그림 안에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라는 글이 적혀 있다. 공자의 말이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라는 뜻이다. ‘백’(栢)은 대개 중국에선 측백나무, 우리나라에선 잣나무를 가리켰다. 유학자 송시열도 ‘소나무는 눈 덮일 때 심지가 더욱 강해진다’(松冒雪時心更傲)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한-일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강경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일본 정부에 거의 백기투항하는 내용의 ‘위안부 문제 최종 해결’ 합의를 했다. 송백인 줄 알았더니 쉽게 시드는 잡목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한이라는 말조차 부끄럽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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