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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한파

등록 2016-01-25 18:51수정 2016-01-25 18:51

영하 10도 정도는 예사롭다. 한강도 얼어붙었고 동해도 얼음이 떠 있다. 어제 만난 선배는 길냥이가 걱정되어 저녁 귀가를 서둘렀다. 밥그릇에 담긴 얼음을 깨뜨려가며 사료를 줘야 한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얼어버리기 때문에 물은 아예 줄 수도 없다고 혀를 찼다. 핫팩을 대량구매해서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따뜻하게 데워진 핫팩을 물고 뒤돌아서 가는 길냥이들을 떠올리며 나도 선배를 따라서 혀를 찼다. 제주도는 1미터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한다. 제주도에 사는 이들이 에스엔에스에 올린 사연들은 재난을 연상케 했다.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지만 뉴스는 제주공항의 소식만 알려준다. 당연히 연일 결항 중이고, 여행객들과 제주도민들이 발이 묶여 있다는 소식뿐이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의 소식이라기보다는 제주도에 여행을 간 사람들의 소식인 셈이다. 이들에게 모포와 빵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소식. 혹한에 익숙하지 못한 제주도 사람들에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서울역은 또 어떨까. 차디찬 지하도 바닥에 누워 있을 노숙인들은 이런 밤들을 어떻게 버틸까. 아예 지하도 입구에 문을 달고서 찬 기운이 지하도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삿포로를 떠올렸다. 혹한에 익숙한 도시에서나 가능한 발상인 걸까. 서울역은 개찰구 안쪽만 찬바람이 없다. 요금을 내야지만 찬바람도 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핫팩도 나눠주고 응급 잠자리도 마련하고 있겠지만, 문 없는 그곳에다 문을 좀 달아주었으면 좋겠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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